이른바 '4억 명품녀'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케이블TV 방송 내용의 조작 여부로 시끄럽더니 한 신문이 그녀를 집중 인터뷰해 변명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에 대해 이번엔 한 통신이 전 남편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호화생활을 했다는 방송 내용이 사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말썽이 나서) 시집도 못 가게 됐다"는 그녀의 말과 달리 이미 결혼을 한 바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4억 명품녀'는 "내가 결혼한 증거를 대라. 다 고소하겠다"고 반격하고 나섰다.
따라잡기가 괴로운 논란들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그런 사건의 전개를 이렇게 늘어 놓은 것은 사회적 논란이 심하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또 어떤 주장과 사실이 보도될지 알 수 없다.
가수 출신 방송인 신정환의 경우에도 사실과 거짓이 뒤섞였다. 동남아에서 여권을 맡기고 도박 빚을 내 거액 도박을 했다는 의심을 받은 그는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고 주장하면서 그걸 증명하기 위해 사진까지 찍어 인터넷에 올렸지만, 이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게 정설이 돼 가고 있다.
참 너절하다. 어찌 그리도 할 일도 없고 바르게 살지 못할까 싶을 만큼 한심한 뉴스와 논란이 사회를 도배질하고 있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 시비, 가수 이루와 사귀던 작사가가 그 아버지 태진아로부터 낙태를 종용 받았다고 주장한 게 거짓으로 밝혀진 것 등 최근 연예계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뉴스는 하품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런 뉴스와 논란을 무시하고 살 수 없다는 게 괴롭다. 너절한 사건들이긴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그 추이를 나름대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건 사실 고역이다. 연예인들은 고위 공직자들과는 다르지만, 오히려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에서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춰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미국 TV의 가장 오래된 낮 토크쇼 '오프라 쇼'의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는 1986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어릴 때 강간도 당했던 그녀는 흑인에 사생아, 미혼모라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서'행복을 나눠 주는 사람'이 됐다. 며칠 전에는 온 방청객 300여명에게 호주 여행을 선물해 방청객은 물론 시청자들을 다시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깜짝 선행이 벌써 20여건이나 된다고 한다. 돈이 있으면 어떻게 써야 하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람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런 연예인을 만나게 될까.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성과 부를 다 얻은 사람이라도 잘못된 언동으로 추락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래서 한결같이 사랑 받고 존경 받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반갑고, 대중에게 감동을 줄 만한 일이나 뉴스에 목 마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점이 많지만, 공개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를 선도해야 할 공직자들부터 예의와 염치가 없으니 국민들을 무엇으로 설득하며 무엇을 본받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엄정한 태도까지는 바라기 어렵겠지만, 최소한 공과 사를 구분하는 염치와 양식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것이 부족하다.
공직사회에 예의ㆍ염치를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의 청문회와 유명환 외교장관의 딸 특채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에 대한 기대 수준은 더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경우가 됐겠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런 일을 겪음으로써 우리 사회는 앞으로 더 나가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 후보로 내정한 것은 인사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미가 강하다. 더욱이'공정한 사회'를 제창한 마당이니 청렴성과 도덕성,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발탁 기준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 후보자의 일과 행정은 대체로 무미건조하고 감동이 적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안심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의와 염치를 알도록 공직사회의 기틀을 잡는 노력을 해 주기 바란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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