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15일 전격 제안한 군사실무회담이 실제 열린다면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과 서해에서의 해상훈련,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4년 남북이 충돌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남북 모두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의제들이다.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군사 분야에서 남북 관계가 더 꼬여 있어 생산적 성과는커녕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뻔한 결론이 예상되는 대화를 제의한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명분을 선점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과와 상관없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의해 천안함 사태 이후 조성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남한의 책임으로 몰아가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 대표자대회 연기 등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고 밖으로는 체제를 선전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북한은 다소 격한 발언을 동원해서라도 남한을 향해 따질 것은 따지면서 대화를 철저하게 리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수해 때문에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더라도 이와 별개로 모든 대화의 주도권은 자신들이 갖고 있다는 점을 대내ㆍ외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상투적 대남 전술 패턴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 등 유화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군사적 긴장을 남한에 계속 주지시켜 존재감을 과시하는 대화와 협박의 투트랙이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한의 군사적 강경 대응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회담에 응할지를 놓고 국방부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군 관계자는 “우리 장병 46명이 희생됐고, 북한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는데 덜컥 대화 테이블에 나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남북 대화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군이 스스로 못박은 원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실무회담은 북한의 상황, 특히 군부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대화를 한다고 해서 군이 전단 살포 등 대북 심리전 수단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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