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립대 화학박사 학위를 가진 대기업 간부가 원료물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신공법으로 히로뽕을 제조하다 적발됐다.
대구지검 강력부는 16일 화장품 원료로 히로뽕 2㎏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국내 대기업 계열 전자회사 부장 김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김씨가 만든 히로뽕을 판매한 박모(38ㆍ보험설계사)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사건으로 구속 중인 3명을 히로뽕 매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이후 국내에서 ㎏ 단위의 히로뽕 제조 사범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월 대전에 있는 아는 선배 회사 실험실에서 휴일을 이용해 벤질시아나이드라는 물질로 2㎏(소매가 66억원 상당)을 제조해 그 중 1㎏을 1억7,000만원에 판매하고 나머지 1㎏을 보관한 혐의다. 김씨의 히로뽕은 순도 94%의 최상품으로 6만6,000여명에게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화학박사인 김씨는 국내 유통이 금지된 염산에페드린 대신,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벤질시아나이드를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벤질시아나이드는 주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며 1㎏에 12만원에 불과해 제조법만 알면 저렴한 비용으로 히로뽕을 만들 수 있다. 검찰은 벤질시아나이드가 마약제 원료물질로 관리되도록 마약류관리법 개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연봉 1억1,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부장이지만 신용불량자인 동서의 부탁과 불치병에 걸린 아들 부양비 마련, 화학박사로서의 호기심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제조법을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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