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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당 대표자회' 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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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당 대표자회' 연기 왜?

입력
2010.09.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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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당 대표자회'를 연기한 것일까. 북한 당국이 예고한 '9월 상순'의 최대치인 15일까지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는 끝내 열리지 않은 듯하다. 44년 만에 개최되는 대표자회의 격과 의미, 권력의 세대교체를 앞둔 내부 사정 등을 두루 감안할 때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최근 북한에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 홍수 피해의 여파다. 수해로 북한 곳곳의 도로망이 마비돼 당 대표자회에 참석할 상당수 지역 대표자들의 발이 묶였고, 그 결과 '총원의 3분의 2'로 규정돼 있는 개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는 논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돌연 태풍 곤파스의 피해 사실을 전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통신은 "(곤파스의 영향으로) 전국적에서 수십 명이 사망하고, 8,380여 세대의 살림집이 파괴돼 많은 사람들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곤파스가 한반도를 관통한 시점은 이달 초순. 2주나 지나서야 뒤늦게 보도한 셈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는 명분을 부각시키면서 당 대표자회 연기를 수해 복구와 연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물론 북한이 수해를 이유로 정부급 행사를 미룬 적은 있다. 북한은 2007년 8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수해 복구가 시급한 점을 고려해 회담을 10월 초로 연기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후계구도 구축이 시급한 북한 지도부 입장에선 당 대표자회를 통해 등돌린 민심을 다잡아야 하는데 대규모 홍수로 주민 생활이 파탄난 상황에서 회의를 성대히 치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의 거취도 회의 연기와 관련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김정은이 맡게 될 당 직위에 대한 내부 합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주 의제가 '최고지도기관 선거'인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의 보직에 따라 당 인적 개편 작업도 요동칠 수 있어 권력 상층부간에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도 여전한 관심사다. 북한 매체들은 8~12일 연속으로 그의 공개 활동 소식을 보도했다. 11,12일에는 자강도 현지시찰 사진까지 공개하며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자회를 코 앞에 두고 지방을 떠도는 김 위원장의 이상한 행보가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적 연출'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북한 당국이 석 달 전 일찌감치 대표자회 개최를 공언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회의 연기에 대한 입장 표명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당 핵심기구인 정치국 명의로 대표자회 소집을 대내외에 알린 마당에 갖은 의혹을 덮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권력 암투설과 같은 불필요한 억측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후계 문제에 쏠린 국제사회의 관심 때문이라도 당 대표자회를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당 창건 65주년(10월10일) 즈음이 차기 개최 시점으로 유력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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