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내부에서 신망이 높았던 인권전문가들이 속속 떠나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의 정책노선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이유라는 게 내부의 시각. 이에 더해 내년 2월까지 상임위원의 전원교체가 예정돼 있어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식물위원회'라는 소리를 듣는 인권위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권위의 산파'로 꼽히는 김형완(50) 인권정책과장이 지난 3일 사직했다. 김 전 과장은 2001년 꾸려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기획단'부터 시작해 그 해 11월 출범한 인권위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인물. 그는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과장의 사직을 두고 인권위 내부에서는 '사표를 통한 항변'으로 보고 있다. 김 전 과장은 현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남규선 당시 시민정책팀장이 면직된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던 설립기획단 멤버. 인권위 관계자는 "10년을 일한 인권위 전문가가 굴러 들어온 비전문가로 인해 쫓겨 간 꼴"이라고 씁쓸해했다.
지난 5월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된 김옥신 사무총장이 자진 사퇴했을 때도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의 변한 모습에 실망한 결과"라는 내부의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오는 20일 최경숙(43) 상임위원이 3년 임기를 마치는 등 내년 초까지 상임위원 3명이 모두 바뀌게 돼 인적 재편도 주목된다. 이미 민주당 추천에 의해 위촉된 최 위원을 대신해 장향숙 전 국회의원이 추천된 상태.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각각 추천한 유남영 위원은 내년 1월, 문경란 위원은 내년 2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인권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위원(3명 상임, 7명 비상임)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가 안건을 결정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상임위원의 성향과 전문성이 향후 인권위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여진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최근 인권위가 비판 받는 핵심에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는데 있다"며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위원장과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임위원이 위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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