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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홍상수 감독이 자청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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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홍상수 감독이 자청한 이유

입력
2010.09.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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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둘러쓴 남녀가 낯간지러운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데 여배우의 가슴은커녕 배우들의 허연 허벅지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197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옥희의 영화'의 침실 장면은 외설과 거리가 한참 멀다. 폭력 장면이나 욕설이 난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다.

홍상수 감독은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옥희의 영화'까지 11편 모두 청소년관람불가나 이에 해당하는 등급(미성년자관람불가, 18세 이상 관람가)을 받았다. 그의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며 잠자리를 같이하는 등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가 줄기를 이룬 경우가 꽤 있지만 선정적인 장면은 많지 않다.

아주 야하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은데 그의 영화가 '애들은 가라' 등급으로 개봉하는 이유는 홍 감독 자신에게 있다. 그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영화 등급 판정을 신청할 때 청소년관람불가로 해달라고 자청해왔다(영등위는 영화사가 신청한 등급이 적절한지만 판단한다). 흥행을 위해 특정 장면을 빼거나 다듬어 등급을 낮추려는 여느 제작자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홍 감독은 지난 13일 오후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청소년들이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 영화 그 친구들이 봐서 뭐하겠나"라고 말했다. 자신의 연출 의도를 잘 이해 못할 연령대는 굳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옥희의 영화' 속 독립영화 감독 진구가 던지는 대사는 그래서 흥미롭다.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영화 보여 주려고 만든 거 아니에요! 예?"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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