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대교 중간 노들섬은 원래 모래언덕이었다. 일제는 1917년 인도교를 건설하면서 노들섬의 모양과 이름을 바꿨다. 다리가 지나는 모래언덕 위에 다리 높이만큼 흙을 쌓고 중지도(中之島)라고 불렀다. 1960년대까지 노들섬은 시민들에게 '한강 백사장'으로 통했다. 모래밭이 훌륭해 여름 피서지로 그만이었다. 그러나 68년 한강 개발계획에 따라 강변북로 건설에 이곳의 모래가 사용되면서 노들섬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73년 노들섬 매립 공사가 시작됐고 섬 주변에는 시멘트 둔치가 생겼다. 한강 개발 과정에서 사유지가 된 노들섬은 이후 장기간 방치됐다.
■ 노들섬은 지리적 이점과 경관 때문에 늘 개발 대상 1순위였다. 대형 호텔과 위락시설, 국제 컨벤션센터 건립 등 다양한 개발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모두 좌절됐다. 노들섬의 문화예술 공간화 계획은 97년 7월 처음 제기됐다.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노들섬을 '한강 8경'중 하나로 선정,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야외 공연이 열리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흐지부지됐다. 잊혀졌던 노들섬은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추진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 서민경제가 어려운 판에 부유층의 기호만 충족할 오페라 하우스가 웬 말이냐는 불만이 터졌다. 노들섬이 오페라 하우스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환경 훼손 논란까지 가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년 간의 재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해 내놓은 것이 '한강 예술섬'개념. 섬 전체를 다양한 공연ㆍ전시 활동이 가능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시의회의 여소야대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재단법인 한강 예술섬 설립ㆍ운영 조례 폐지안을 가결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52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접어야 한다.
■ 시정을 감시ㆍ견제하고 시 사업의 효율성, 타당성 등을 따지는 일은 시의회의 본분이다. 그러나 야대의 힘만 믿고 서울의 미래와 시민 전체의 이익을 외면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논란은 있었지만 한강 예술섬은 수년 간 공론화 과정을 거친 사업이다. 경제력에 견주어 세계 시장에 내세울 공연시설 하나 없는 문화 현실, 건설 이후의 막대한 부수 효과 등을 감안하면 한강 예술섬은 간단히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오 시장의 업적용으로 추진한 겉치레성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소한 옥석을 가리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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