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논란이 많은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시ㆍ군 통합을 촉진하기 위하여 통합 지역에 특례적 교부세 교부, 국고 보조금 우선배정 등 각종 특혜를 주고 대통령 소속의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등이다. 시ㆍ군 통합 특혜법인 셈이다. 이 법률안은 법적ㆍ 정책적 문제가 많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내외 성공사례 없어
이 법률안은 시ㆍ군을 통합하면 중복시설의 감소, 공무원 감축, 규모의 경제 등으로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ㆍ군 통합을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실패하자 이제는 통합 특혜법을 만들어 돈과 특혜로 시ㆍ군 통합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통합이 결코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스스로 자백하였다.
행정안전부는 2009년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통합이 논의되던 10개 지역의 25개 자치단체가 통합을 하게 되면 인센티브로 받는 재정지원 2조866억 원과 1조8, 316억 원의 각종 비용 절감 및 주민 편익 효과로 총 3조9,182억 원의 통합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정부가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2조866억은 결국 세금이다. 이를 통합 효과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실 왜곡이다.
행정안전부가 주장하는 비용 절감 등의 통합효과 1조8,316억에서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통합 비용 2조866억을 제하면 결국 통합으로 2,550억의 손실이 발생하는 결과가 된다. 통합할수록 손해라는 것을 주무부처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여기에 소지역 간의 갈등 비용, 통합 청사와 통합을 위한 도로 건설 등의 비용을 합치면 통합비용은 몇 배나 늘어나고 그만큼 국민의 세금 부담은 커진다.
이미 1961년 5.16 직후에 1,407개 면과 85개 읍으로 구성되는 기초자치단체를 140개 군으로 통합하였다. 기초자치단체를 무려 10분의1로 통합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잘 살게 되었는가? 오히려 농촌지역의 급격한 황폐화를 초래했다. 지역 발전의 구심점을 상실한 때문이다.
또한 1994년에 시작하여 1997년까지 43개 시와 40개 군을 묶어 41개 통합시로 대폭적인 개편을 하였다. 그러나 이 지역이 통합으로 잘 살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온 게 없다. 이어 2006년에는 행정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제주도의 4개 시ㆍ군을 통합하여 하나의 제주특별자치도로 개편하였으나,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통합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입증한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의 경우 1960년에서 1970년 사이에 2만4,000여 개 지방자치단체를 8, 500여 개로 통합하였다. 50~40년이 지난 지금, 애초 기대했던 통합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행정 비용은 늘어나고 공무원은 증가하였다. 공동체 정신의 상실로 주민에 의한 자발적 공무수행이 줄어들고, 소지역주의로 공공시설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최근 밀어붙인 시ㆍ정(町)ㆍ촌 통합으로 농촌지역은 지역 발전의 구심점을 잃고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역자치공동체가 더 효율적
지역 문제를 50년간 연구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통합으로 효율성을 높이는데 성공한 지역은 단 한곳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작은 지역 자치공동체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집을 헐어 큰 집을 짓고 모여 살면 잘 살게 된다는 이 황당한 논법의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각종 특례로 포장된 막대한 통합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은 또 늘어날 전망이다. 진정으로 주민들이 원하면 통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비용과 위험 부담으로 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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