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국 공산당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개혁 논쟁'은 중국 선전 경제특구 성립 30주년을 맞아 행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그러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기관지인 쉐시(學習)시보가 원 총리 지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 내달 열릴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당교가 매주 발행하는 쉐시시보는 최신호(13일자) 1면에 게재한'정치개혁은 인민들이 원하는 것'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원 총리가 8월20일 선전 방문시 제기한 '정치개혁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허우샤오원(侯少文) 중앙당교 교수는 이 논문에서"모든 개혁 가운데 정치개혁이 가장 중요하며 정치개혁 추진에 성공해야만 중국은 밝은 미래를 갖게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경제개혁 성과를 잃어버릴 수 있고 현대화 건설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선바오샹(沈寶祥) 중앙당교 교수는'중국은 왜 정치체계에 대한 개혁을 심화해야 하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중국은 경제개혁에서의 성공경험을 통해 민감하고 복잡한 정치개혁을 단계ㆍ점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며 "먼저 새로운 정치체계에 대한 시험과 창구 실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 교수는 정치개혁 전제조건으로 "개인에게 쏠리는 권력의 집중현상을 타개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배척관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좌파사상의 영향을 받아 민주, 법치, 자유, 인권, 평등 등과 같은 인류발전의 공통된 정치문명성과를 자본주의적 성질로 일축해버리고 배제해왔다"며 "정치개혁과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실현하는데 걸림돌인 좌파사상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공산당 당교가 공개적으로 사상논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공산당 내부의 물밑 노선투쟁이 주목된다.
이에 앞서 중국 공산당의 좌파 대표지인 광밍(光明)일보는 4일자 '두가지 다른 성질의 민주주의가 섞이는 것은 불가하다'라는 제목의 기명 논설을 통해 원 총리의 정치개혁론을 신랄히 비판했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펴내는 중궈칭녠(中國靑年)보는 원 총리의 발언을 "시대착오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개혁지향론자였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였던 바오퉁은 쉐시시보의 논문에 대해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외로운 목소리에 불과하지만 매우 좋은 현상"이라며 "원 총리의 정치개혁 발언이 공산당 학자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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