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간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수사의 전초전 격이었던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관련 수사에서 임원 5명을 기소하고도 석연찮은 이유로 항소를 포기해 봐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검찰의 태도로 미뤄볼 때 현재 진행 중인 비자금 사건 수사도 핵심의혹을 비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4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해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 이창하씨와 대표이사 및 대우조선해양 이사 등 5명을 횡령 또는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협력업체로부터 청탁 대가로 3억원을 받고 ▦자신이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 공금 69억여원을 횡령하고 ▦공사 선급금 1억7,000여만원을 반환하지 않았으며 ▦규정에 없는 인센티브 6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이씨는 1심에서 4가지 혐의 중 69억원 횡령과 3억원 배임수재 부분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아 석방됐다. 그런데 공소사실 중 절반이 무죄가 나왔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고, 이씨도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은 이씨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같은 회사 대표이사 김모씨를 이씨로부터 부당한 청탁과 함께 고급 외제 승용차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구속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김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차를 건넨 이씨에 대해서도 배임증재 혐의로 추가 기소할 수 있었지만 김씨만 기소하는 선에서 끝냈다. 법원 관계자는"추가 기소가 이뤄졌다면 이씨가 집행유예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관대한 공소유지는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청탁대가를 제공받은 김씨만 처벌받게 되자 김씨는 항소를 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씨는 피고인만 항소하면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불이익변경의 금지 원칙'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결국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납품업체로부터 6억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모 전 대우조선해양 전무도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 덕분에 2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됐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기소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건설 임원 5명 가운데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장모 전 전무를 제외한 4명은 모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2심에서 형량이 낮아지거나 1심의 집행유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이씨는 다른 혐의로도 기소돼 있었고, 추가 기소할 만큼 중대성이 없었다"며 "다른 임원들 경우에는 구형량과 별 차이가 없어 항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 관계자는 "일부 무죄가 나오거나 피고인이 항소하면 검찰도 원칙적으로 항소해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소유지 관행"이라며 "특히 이씨에 대해 명백한 혐의를 발견하고도 추가 기소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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