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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수아비 총리' 더이상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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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수아비 총리' 더이상은 그만

입력
2010.09.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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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열려도 안 열려도 그만인 회의 아닙니까."

6주째 휴업 상태인 국가정책조정회의 개최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한 총리실 관계자의 답변이다. 총리가 '국가 주요 정책 조율'을 위해 주재하는 이 회의는 요식 행위에 가깝다. 총리실 관계자는 14일"총리가 주재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료는 거의 없습니다. 힘센 부처의 파워만 확인하는 자리죠"라고 말했다.

헌법 86조는 총리의 권한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정책조정회의 위상에서 보듯 헌법이 부여한 총리 권한은 사문화된 지 오래 됐다. 총리실 서기관은 "밖에선 총리실이 대단한 권한이라도 가진 줄 알지만 명함만 그럴싸할 뿐"이라고 말했다.

누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인지를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누가 총리가 되느냐가 아니다.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총리가 나와야 의미가 있다.

정운찬 전 총리의 경우를 보자. 인사권 행사부터 애를 먹었다. 여권 힘겨루기 와중에 정무실장 임명에만 4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대∙중소기업 상생' 등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는 주제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할지 여부는 청와대 눈치를 봐서 결정하기도 했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청와대가) 총리를 맡겨놓곤 실권은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선 총리 무용론이 나올 법도 하다. 한 달 이상 총리가 공석인데도 국정은 정상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전ㆍ대독 총리에 머물 바엔 총리실 인력(414명)과 예산(연구기관 지원 제외 696억원)이라도 아끼는 게 낫다.

그래도 총리실이 힘있는 부처의 독주를 막도록 한 현행 헌법이 엄존하는 이상 총리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 일각에선 분권형 개헌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런 수고 없이도 헌법에 규정된 총리 권한만 제대로 보장하면 분권은 가능하다.

장재용 정치부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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