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경찰서 경찰관의 피의자 폭행 사건(한국일보 13일자 1ㆍ4면, 14일자 1ㆍ8면)을 취재하던 12일 취재 사실을 인지한 듯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경기경찰청에 확인해봤는데 별거 아니더라"는 내용이었다. "폐쇄회로(CC)TV 동영상이라도 보고 말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더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첫 보도가 나간 뒤 일부 네티즌의 반응은 경찰 관계자의 말보다 충격적이었다. "어린 X이 술 처먹고 무임승차라니, 맞을 짓 했네" "그런 놈 몇 대 쥐어박은 게 대수냐"는 식이었다. 피의자는 때려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좀더 '센 것'을 바라는 것인가. 지난 6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서울 양천서의 피의자 폭행사건도 따지고 보면 피의자의 팔을 꺾는 수준이었다. 경찰관이 미성년 피의자의 머리채를 잡고 무릎에 찍는 정도의 폭행은 이제 우리사회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
취재를 하면서 경찰에게 두들겨 맞은 한 피의자의 어머니를 만났다. 경찰의 피의자 폭행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증언을 부탁했으나 "다른 사람도 있다는데 왜 하필 우리 아들이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들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내 아들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의 발로가 아닐 수 없었다. 이 같은 사회의 무감각, 부모의 이기심을 자양분 삼아 경찰의 폭력은 음지의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취임식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역설했다. 경찰이 진정 국민의 뜻을 받들고자 한다면 범인을 잡는 것에 앞서 스스로 준법이 몸에 배야 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관의 피의자 폭행은 아무리 작아도 사소할 수 없다. 경찰이나 국민이나 작은 폭력에 무감각해서는 관행적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허정헌 사회부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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