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어제 이사회를 열고 신상훈 사장의 배임, 횡령 혐의에 대해 진위 공방을 벌였다. 결국 장시간 논의와 표결 끝에 해임 대신 직무정지라는 절충안을 택했지만, 사실상 신 사장의 혐의를 인정한 셈이어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주변 환경이 갈수록 꼬이고 있어 조기 수습 가능성은 물 건너 가는 분위기이다. 이사회를 앞두고 재일동포 주주들이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상대로 해임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다, 시민단체들은 라응찬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신 사장의 개인 비리 때문인지, 경영진 내부의 권력암투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2,000만 고객을 거느린 우리나라의 대표적 금융그룹이 불과 열흘 새 만신창이가 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신한금융은 3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수익성 면에서 견실한 성장을 이끌어 국내 은행계의 롤 모델로 꼽혔다. 이런 우량 은행이 수뇌부 전체가 소송에 휘말리면서 조직이 사분오열되고 대외 신인도가 급락하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그 과정에서 지배구조 및 내부 통제 시스템의 결함도 노정됐다.
이유야 무엇이건 최고 경영진은 이번 사태를 확산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세 사람 모두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어 앞으로 조직을 꾸려나갈 리더십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수뇌부 세 사람이 최대한 빨리 동반 퇴진하는 게 옳다. 이들이 자진해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사회가 나서야 한다. 현 수뇌부를 퇴진시키고 새 경영진을 조속히 꾸리는 게 고객과 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경영진의 퇴진 여부와 관계없이 세 사람에게 제기된 불법 의혹에 대해선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의 경우 현 정부 핵심 실세가 금융감독원에 압력을 행사해 조사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마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신한금융의 불법 및 정권 비호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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