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0ㆍ3 전당대회에서 기존 이념노선인 중도개혁주의에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 강령을 수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격론 끝에 강령 초안엔 ‘진보’라는 용어는 넣지 않았다. ‘진보’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끼는 보수적 정서가 당내에 여전히 넓게 퍼져 있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6ㆍ2 지방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 진보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위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14일 열린 정책의총에서 강령 변경방향에 대해 “기존의 중요 이념노선인 중도개혁주의를 진보적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강령 초안에는)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정부의 능동적 역할을 강화하고 무상교육 현실화, 국민의 정부 및 참여정부 성과 계승 등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어 선택에 있어서 진보라는 말을 표면적으로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다수의 지적이 있었다”며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써왔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민주당’이란 표현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내용에 있어선 진보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부담스러운 ‘진보’ 용어는 빼는 절충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전대에 출마한 주요 당권주자들이 ‘담대한 진보’(정동영 후보) ‘정의로운 복지국가’(천정배 후보) ‘민주당의 진보화’(이인영 후보) 등을 내세우며 진보로의 과감한 정체성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접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권주자들의 경선에만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전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민주당이 어떤 가치와 비전으로 국민에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선 치열한 토론이 부족했던 같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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