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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이번엔 '한국미술사 강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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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이번엔 '한국미술사 강의' 썼다

입력
2010.09.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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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책은 나중에 쓰시고 '나의 미술사 강의'를 쓰시면 안 됩니까?"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지난해 9월 학기 초 학생들과 면담하는 자리였다. 유 교수가 "미술사학과에 들어와 보니 어떠냐"고 묻자 학생들은 "솔직히 말해서 맨땅을 헤집고 돌아다닌 기분"이라면서 "우리에게 길잡이 책만 있다면 이렇게 헤매진 않을 것"이라고 원망 섞인 어조로 토로했다.

230만부도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를 쓴 유 교수에게 이런 항의성 요구는 충격이었다. 대학원생들에게 물어보니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유 교수는 당장 대학원 세미나 주제를 '한국 미술사의 통사적 개관'으로 정하고 선사시대부터 발해까지 목차를 정해놓고 매주 한 장(章)씩 자신이 발표하고 학생들과 토론을 해나갔다. 강의는 종강 후에도 진행돼 12월 마지막 주에야 끝났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눌와 발행)은 이 강의 내용을 다듬고 각 분야 전문가의 비판적 교열을 거쳐 내놓은 책이다.

그 동안 한국미술사 연구는 고고미술사학계의 태두 김원용(1922~1993)이 1969년에 낸 <한국미술사> 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1970년대 이후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등 각 분야사의 많은 저술이 나왔으나 제대로 된 통사는 나오지 않은 것이다.

유 교수는 "모두 분야사 연구라는 '저공비행'에 몰두하고 있지만, 분야사 연구의 성과를 아우르면서 일관된 미술사관에 입각한 통사(通史)를 요구하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감히 응해 40여년 만에 위험한 '고공비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책상에서 밑줄 치면서 공부하는 한국미술사가 아니라 소파에 기대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입문서이자 개론서가 될 수 있도록 책의 체제를 기존 한국미술사와는 다르게 했다"고 말했다. 미술사는 건축, 조각, 회화, 공예 순으로 쓰는 게 상식이지만,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발해까지를 12가지 주제로 나누고 삼국시대의 경우 고분미술과 불교미술로 나눠 서술했다. 또 사리함과 향로를 별도의 장으로 설정했고 산성, 고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했다.

유 교수는 특히 "한국미술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에 대해 콤플렉스를 많이 갖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생각으로 각 장마다 중국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고 일본으로 어떻게 전파했는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서양 중세가 기독교 문화가 판친 시대라고 해서 누가 그것을 이스라엘 문화의 아류라고 하는가"라며 "고려가 청자를 만들지 않았으면 청자의 역사는 중국에서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사는 박물관 관람과 유적 답사의 가이드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름다운 도판 400여장을 고르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봄에 2권 통일신라ㆍ고려 편, 2012년 가을에 3권 조선 편을 낼 계획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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