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선별기를 통해 과실을 무게와 크기에 따라 나누는 작업이 한창이다. 농장주는 “오늘 제주로 보낼 물량의 선적을 제때 마치려면 점심 식사는 건너뛰어야 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13일 찾은 충남 청양군 남양면 봉암리 12개 농가의 모임 칠갑산어얼스멜론연구회의 멜론 출하 풍경은 요즘 부쩍 잦아진 ‘기상 여건이 나빠 과일 작황이 부진하다’는 소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멜론은 고추, 구기자와 더불어 손꼽히는 청양의 특산품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처음 추진한 최고 품질 농산물 생산 프로젝트인‘으뜸과채’의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멜론이 수입과일?
아프리카와 중동이 원산지인 열대과일 멜론은 흔히 수입과일의 대명사로 거론되지만 실제로는 충남 청양을 비롯해 부여, 전남 나주와 곡성 등지에서 연간 5만여톤이나 생산되는 국내산 과일이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것은 1970년대 말. 노지 멜론보다는 하우스 멜론 품종이 대부분으로, 국내 소비자는 100여가지 품종의 멜론 중 외관에 그물무늬가 있는 네트멜론을 선호한다. 사향만큼 향이 강하다고 머스크멜론으로도 불리는 품종이다.
특히 칠갑산어얼스(얼스의 옛 표기) 멜론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소비자는 물론 유통 관계자들에게 조차 멜론이 생소했던 1980년대 초 4개의 농가가 뜻을 모은 단체다. 네트멜론 중에서도 그물이 선명한 품종인 얼스멜론 경작을 시작,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태풍과 강수 피해에도 끄떡없는 우량 농가를 함께 일궈 온 셈이다.
이제 이 연구회 소속 농장주들이 파는 얼스멜론은 유통가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품질로 인정 받고 있다. 올해 가구당 판매량도 예년 수준인 300상자(2㎏ 내외 4개)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연간 매출이 가구당 6,000만원 이상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섬세함이 명품을 만든다
“정성을 쏟는 토양관리가 비결이죠. 출하가 끝나는 11월말 이후에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에 모든 걸 걸고 있어요.”
농장주 안종직(43)씨는 “큰 일교차 등의 자연 조건 외에도 재배 농민의 세심함이 열대과일인 멜론을 청양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게 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쌀겨발효퇴비 등을 써 친환경 재배를 실천하고 농한기에는 고온수로 토양을 소독한다. 또 “토양이 혹사되지 않도록 여타의 멜론 재배 지역에서 1년 2기작 또는 3기작을 하는 것과 달리 연간 한 차례만 멜론을 수확한다”는 설명이다. 과실을 크게 키우기 위해 나무를 빼곡하게 심는 대신 과감히 3.3㎡당 5그루로 한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품 멜론을 꿈꾸는 연구회 회원들은 전용 유리 온실에서 재배돼 하나에 수백만원에 팔리는 상품까지 있는 일본의 명물 시즈오카 멜론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에 이번 추석에 롯데백화점이 기획, 시즈오카 멜론과 청양 멜론을 1개씩 넣은 ‘한일 대표 머스크 멜론 세트’에 납품하게 돼 고무돼 있기도 하다. 김상권 롯데백화점 청과 선임상품 기획자는 “최근 태풍 피해로 추석 선물로 과일 세트를 피하는 고객이 많지만 청양 멜론은 태풍 피해를 입지 않은 최상의 상태로 시즈오카 멜론과 비교해도 맛이나 품질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회 회원인 농장주 유문규(49)씨는 “10여 년 전 생소한 과일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뿌듯함에 멜론 재배를 시작했다”며 “국한된 지역인 청양을 넘어 앞으로 국내산 멜론이 더 널리 알려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청양=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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