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롯데그룹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롯데호텔모스크바의 성공적 오픈을 포함해 지금까지보다 더 큰 미래를 확신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호텔사업을 펼쳐온 한국 토종 브랜드를 앞세워 러시아 한복판에 둥지를 틀었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이윤호 주러시아 대사와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시장 등 400여명의 참석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다.
국내 호텔업계의 선두주자인 롯데호텔이 13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의 중심가인 노브이 아르바트 거리 한 켠에 6성급 ‘롯데호텔모스크바’의 문을 열었다. 국내 호텔 브랜드의 첫 해외 진출이자 아시아 호텔 브랜드 사상 최초의 러시아 입성이다. 2007년 오픈한 롯데백화점까지 포함하면 행정관청과 80여개국 대사관이 몰려 있고 크렘린궁과 붉은광장 등으로 연결되는 모스크바 심장부에 13만㎡ 규모의 ‘롯데복합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롯데호텔모스크바는 규모와 시설 면에서 모스크바 최고 호텔로 손색이 없다. 7,117㎡(2,150평) 터에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입해 지상 10층, 지하 4층 규모로 지어진 롯데호텔모스크바는 현대식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는 고전적이고 우아하게 꾸며졌다. 로비에 들어서면 대리석 기둥과 계단, 태양의 불꽃을 형상화한 샹들리에 등이 6성급 호텔의 위용을 드러낸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묵은 러시아 최대 규모의 로얄스위트(521㎡)를 비롯해 총 304개의 객실을 갖췄고, 겨울이 6개월 이상인 점을 감안해 한국형 온열 바닥과 비데를 설치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메뉴’와 뉴욕 스타일의 퓨전 일식당 ‘메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도 구비했다.
2층에 위치한 700㎡ 규모의 대형 연회장도 모스크바 호텔업계 최고다. 특히 럭셔리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격전지인 모스크바에서 신차발표회 등을 겨냥해 자동차를 직접 운반할 수 있는 5톤 화물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고, 이미 연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서비스의 질과 내용도 돋보인다. 롯데호텔모스크바에 들어서면 밝은 미소와 함께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외국인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전문호텔리어 50여명을 선발해 6개월 이상 인사법과 표정, 전화예절, 고객응대 등 서비스 노하우를 현지 직원들에게 교육한 결과다. 서비스 마인드가 약했던 모스크바 현지에선 정(情)을 강조한 이 같은 한국적 서비스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롯데호텔모스크바의 성공적 개장에는 20여년 이상 계속돼온 러시아와의 끈끈한 인연이 큰 힘이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냉전의 여파로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졌을 때 롯데그룹은 당시 소련 대표팀을 후원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고, 이후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외협력 당당 부시장이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와 인연을 맺으면서 사업하기 가장 까다로운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날 롯데측이 최근 발생한 모스크바의 대형 화재에 따른 이재민 구호를 위해 100만루블 상당의 현물을 기부한 것도 러시아 챙기기의 일환이다.
좌상봉 롯데호텔 대표는 “롯데호텔모스크바 오픈을 시작으로 글로벌 호텔체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고 한국적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한다”며 “2013년에는 베트남 하노이, 2014년에는 중국 선양과 인도 등지에 체인호텔을 차례로 오픈, 외국계 체인호텔에 맞서는 토종호텔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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