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적뿐 아니라 소질, 잠재능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학생의 미래가능성을 보고 뽑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살인적 성적경쟁 교육으로 질식상태에 빠진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의 가능성도 크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 입학사정관제 시행계획을 밝혔을 때 교사, 학부모의 절반 이상이 찬성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만, 지필고사와 달리 주관적 평가라는 점에서 공정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명문대 입학사정관의 남편이 수험생 아들을 둔 지인에게 입시 특혜를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생각 없는 과시형 발언인 데다 대학이 곧바로 해당 사정관을 배제함으로써 실제 부당한 영향력이 개입할 소지는 없다. 그러나 가뜩이나 외교통상부 특채 등으로 사회적 공분이 이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입학사정관제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입학사정관제가 너무 급하게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크다.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실시대학 47곳에서 전임 사정관은 고작 11%였고, 그나마 대부분 그 학교 교직원이어서 기존 전형과 별 차이가 없었다. 사정관 교육시간도 연간 평균 20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사정관 수도 크게 모자라 1명이 60명 가까운 수험생을 전형하는 형편이다. 이러면서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올해 수시모집인원의 15%에 달할 만큼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제도란 원래 초기단계에서 확실하게 틀을 잡지 못하면 흐지부지되거나 부작용만 초래하기 십상이다. 더욱이 입학사정관제는 장기적으로 교육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도다. 공정성과 실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마냥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정관 자원의 확보, 충분한 교육, 엄격한 감시 및 검증 시스템 등을 차근차근 확실히 다지는 것이 먼저다. 다른 문제도 아닌 입시에서, 시행해가며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방식은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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