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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맛있는 꽃,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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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맛있는 꽃, 게

입력
2010.09.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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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탯말로 바다에 사는 '게'를 '끼'라고 부른다. 내 유년의 바다였던 고향 진해 바다에 나가면 '끼'가 많았다. 바다에 물이 빠지고 작은 바위를 들쳐 내면 그 안에 '끼'가 우글거렸다. 꽃게가 아닌 방게였다. 어릴 때는 낡고 찌그러진 주전자를 들고 여름 내내 작은 게를 잡았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해서 제법 큰 게를 잡았다. 수경을 쓰지 않고 잠수를 해서 맨눈으로 게를 만나면 거의 일대일로 보여 잡는 것이 쉬웠다. 문제는 물안경이었다. 물안경을 쓰면 게가 확대되어 보였다. 얼마나 크게 보이는지 겁이 날 정도였다. 게를 잡는 방법이 있었다.

두 손으로 게의 큰 두 집게를 동시에 잡아 기선을 제압하거나, 게의 뒤쪽에서 배 부분을 꽉 잡으면 집게가 닿지 않아 물리지 않았다. 그렇게 잡은 '끼'들을 집으로 가져오면 저녁 밥상에 어김없이 게를 넣어 시원하게 끓인 게 된장국이 올랐다. 게가 모자란다 싶으면 바위에 딱 붙은 홍합을 함께 따왔다.

큰 게를 잡다 해삼이나, 소라고둥을 건져 올리면 할아버지의 술안주가 되곤 했었다. 서해안에 꽃게가 제철이라고 한다. 왜 꽃게라 부르는지 알지 못하지만, 삶아내면 붉게 변하는 모습이 붉은 꽃을 닮았다는 뜻이리라. 봄에는 도다리가 남해 바다에 피는 꽃이라면, 가을에는 꽃게가 서해 바다에 피는 꽃이다. 게도 맛있는 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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