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공공사 물량의 ‘떨이 판매’다. 과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 등이 내놓는 주택, 상가, 토지 등은 상황이 나빠도 손쉽게 소화됐으나, 최근에는 각종 혜택까지 주어가며 누구에게나 분양하는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역발상 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과거보다 좋은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www.serve.co.kr)에 따르면 LH와 SH 등이 전국 각지의 상당 물량에 대해 ‘선착순 계약’방식으로 주인을 찾고 있는데, 주택은 물론이고 상가와 토지까지 포함됐다.
부채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LH는 전국 52개(3일 기준) 주택사업장에서 계약 중이고, 상가는 전국 87개(2일 기준) 사업장에서 선착순 분양ㆍ임대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역별로는 주택의 경우 서울 신림ㆍ구의ㆍ마포 물량이, 경기도는 성남 판교ㆍ수원 광교ㆍ용인 구성ㆍ오산 세교 물량이 남아 있다. 인천은 부개‧서창에서 계약이 진행 중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정관과 대전 서남부, 대전 석촌, 광주 진월, 대구 율하, 충남 아산, 강원 춘천, 제주 하귀 등에서 미분양 물량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상가의 경우는 서울 상암동 물량이 남아있고, 경기도는 고양 일산, 광명 역세권, 성남 도촌, 성남 판교, 용인 구성 물량이 대기 중이다. 인천은 동산 등에서 계약이 진행 중이며 지방에서는 강원 춘천, 대전 관저, 광주 지산, 대구 대현, 경남 김해, 충남 아산 물량이 남아있다. 특히 상가는 분양가의 50% 수준까지 가격을 할인한 상태인데, 여전히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짜지역인 서울지역의 사업을 주도하는 SH공사도 물량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은평뉴타운 1‧2지구 잔여물량 215가구(8일 기준)에 대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데, 분양가의 50%를 무이자로 3년간 원금 균등분할 납부하는 파격조건이다. 또 올 6월 공식 개장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상가에 대해서도 잔여물량에 대한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대구도시공사, 대전도시공사, 광주광역시도시공사 등도 주택ㆍ상가ㆍ토지에 대한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부분 미분양물량이 10만가구가 넘는 수준이고, 공공물량까지 선착순 수의계약이 넘쳐나는 상황이므로 부동산시장이 성수기로 접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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