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는 없다지만, 이건 좀 심하다. 코스피(형)는 지수 1,800을 돌파하고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까지 다시 열었지만, 코스닥(아우)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탈동조화(디커플링ㆍdecoupling)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상반된 행보
유가증권시장은 요즘 2007년의 흥분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10일 코스피지수는 2년3개월만에 1,800포인트대를 회복한 데 이어, 13일에는 2년10개월만에 시총 1,000조원도 회복했다. 지수 도약에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펀드환매도 이번엔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영 딴판이다. 코스닥은 연초 이후 14일까지 8.76%나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7.02% 오른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니다.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가 절정에 달하며 연중 저점을 찍었던 5월25일 이후로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반된 흐름이 더욱 심해졌다. 코스피는 1,560포인트에서 1,810대로 16%이상 점프했지만, 코스닥은 이때 449.96포인트에서 저점을 찍은 뒤로 7.07% 상승에 그쳤다. 더구나 6월 이후로는 500포인트를 넘어본 적이 단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코스닥지수 흐름은 부진하기 짝이 없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국내 증시가 활활 타오르던 2007년, 코스피와 코스닥은 환상의 ‘이인삼각(二人三脚) 콤비’였다. 코스피가 2,000고지까지 넘어설 때에는 오히려 코스닥이 코스피를 앞에서 끌어주는 형국이었다. 당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064.85와 828.22포인트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는데, 정점 도달 시기는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3개월이나 빨랐다.
승자독식
코스피는 펄펄 나는데 왜 유독 코스닥만 부진한 걸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에서 뚜렷해진 ‘안전자산 쏠림 현상’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보다 안전한 대형우량주들이 몰려 있는 코스피 쪽으로 돈이 몰리다 보니,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은 홀대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승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현대차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9조원 이상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순매수액이 2,894억원에 그쳤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8%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수세는 사실상 코스피에만 쏠리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정보팀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여건에서는 중소형주보다는 안전한 대형주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유럽발 재정위기, 선진국 긴축정책 등과 같은 리스크가 시장에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주로 구성된 코스닥으로 관심이 옮겨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뿐 아니라 기관들의 사정도 있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상승할수록 펀드 환매가 계속 쏟아져 나오자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 측면에서 약한 코스닥 종목부터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코스닥이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것이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적 양극화
증시의 펀더멘털은 역시 기업들의 실적. 궁극적으론 코스피기업과 코스닥기업의 실적 격차가 희비를 만들어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실적 측면에서 코스닥 기업들은 코스피 기업들에 현저히 뒤처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124%나 급증한 반면, 코스닥 상장사들은 4.7% 신장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실적이 좋은 쪽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은 못 된다. 현재로선 업황 여건도 코스닥시장에 불리한 상황. 코스닥의 경우 70% 이상이 IT관련 종목으로 구성돼 기술주 비중이 높은데, 3분기 들어 IT 업황 전망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코스닥이 투자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퇴출논란을 빚었던 네오세미테크를 비롯한 60개사가 올해 한꺼번에 상장폐지되는 등 한계에 직면한 부실기업들이 드러나면서 코스닥의 신뢰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 자체가 코스닥 시장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점이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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