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깊은 바다가 100년 이후 무산소상태에 빠져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일본의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동해의 심층 해역에 산소가 도달하도록 해주는 ‘표층수’가 온난화에 따른 겨울 해수온 상승으로 충분히 냉각되지 않고 있으며 이 결과 무거워지지 않은 해수가 바다 깊은 부분까지 도달하지 못해 결국 해저 부근이 무산소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일본 국립해양연구소와 해양연구개발기구 연구팀이 분석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먼 바다에서는 남극이나 북극권 등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차가워진 표층수가 스며 들어 수심 2,500m 이하의 ‘저층수’와 2,000년 정도 긴 주기로 천천히 순환하고 있다. 동해의 경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 앞바다에서 차가워진 표층수가 스며들지만 대한해협 등에 반쯤 폐쇄된 상태여서 순환 속도가 약 100년 정도 빠르다.
연구팀은 동해는 먼 바다보다 온난화의 영향이 빨리 나타난다고 예상해 일본과 러시아 연구기관이 1920년대부터 축적하고 있는 관측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1950~60년대 이후 저층수의 산소 농도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의 산소 농도는 해수 1㎏당 6.7㎎으로 1950년대에 비해 약 20% 감소했다. 저층수의 플랑크톤은 산소 소비를 계속하고 있지만 표층수가 충분히 스며들지 않아 산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동해 해수온은 최근 100년 사이 1.3~1.7도 상승했으며 이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동해의 순환이 정체해 약 100년 후에는 무산소상태가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해양생태학자인 다니무라 아쓰시(谷村篤) 미에(三重)대학 교수에 따르면 심층수의 산소 결핍이 진행될 경우 산소를 필요로 하는 박테리아와 동물이 죽게 되고 유기물이 분해되지 않은 채 축적돼 결국 그 사체에서 발생된 황화수소 때문에 바다 자체가 죽어버린다. 이렇게 죽어버린 바닷물이 해수면쪽으로 올라올 경우 바다 생태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올해부터 3년간에 걸쳐 니가타(新潟)현 사도(佐渡) 앞바다 등 동해 4개 해역에서 해수면부터 저층수까지 산소 농도, 해수온, 해류를 조사해 무산소화의 메커니즘과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