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당이 추진해 온 역사적인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됐다.
12일 실시된 국민투표에 대한 잠정 집계 결과 약 58%가 개헌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현지 언론과 영국 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개헌안이 공무원 단체교섭권 인정 등 노조 권리 확대, 사회적 약자 차별 금지 등을 포함한 점을 들어 “민주주의 진전을 향한 역사적인 분기점을 건넜다”고 자평했다.
사실상의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집권당은 세 번째 집권을 목표로 하는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터키가 추진 중인 유럽연합(EU) 가입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EU와 미국 등은 환영과 지지 입장을 밝혔다.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개헌안은 1980년 군부 쿠데타 이후 82년 마련된 헌법의 26개 조항을 개정했는데, 특히 일부 조항이 이른바 세속주의(정교분리주의)의 보루로 인식되는 군부와 사법부의 권한 축소를 겨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등 주요 사법기관 인사의 선출 방식을 바꾸는 한편 80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인사에 대한 면책 조항을 삭제하고 군부 인사도 민간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이슬람에 뿌리를 둔 집권당 정부가 사법부 통제를 통해 세속주의를 약화시키고 무소불위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터키는 국민 99%가 이슬람교도이면서도 세속주의를 국시(國是)로 지켜오고 있다.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인 정치 지도자들도 소수 민족 차별 개선이 미흡하다며 투표 거부를 촉구했었다. 이에 따라 쿠데타 발생 30주년이기도 한 투표일에 전국 곳곳에서 시위와 충돌이 잇따랐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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