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놓고 장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두 갈래 길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논란을 거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무난한 총리'를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참신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젊은 총리'를 낙점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무난한 경제 총리론'이 많이 흘러나오다가 최근 '무난한 정치인 총리'카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젊은 총리론'도 다시 부상하고 있어서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청와대는 추석 전까지 후보자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르면 금주 중∙후반에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2일 "아직 3~4배수로 후보군을 좁히지 못한 채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는 200개 항목으로 늘어난 '인사검증 사전 질문서'를 총리 후보군에게 배포하고 있는데, 상당수 인사들이 까다로운 질문서를 받아본 뒤 '총리를 맡을 생각이 없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김황식 감사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장관, 조무제 전 대법관, 한나라당 윤진식 의원,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언론계 원로 J씨,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이 검증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윤증현 장관은 11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주무 장관이라는 점 때문에 후보군에서 멀어지고 있다. 유명환 전 장관의 낙마로 외교통상부장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윤 장관마저 자리를 비우면 정상회의 준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G20 회의 등을 거론하면서 "그런(총리를 맡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검증 대상에 오른 여러 인사들이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줄지는 미지수"라며 "일부에서는 '공정한 사회'에 어울릴 수 있는 젊은 총리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좌절됐던 이 대통령의 '세대 교체'카드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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