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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만㎞ 순례 무슬림 "미국은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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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만㎞ 순례 무슬림 "미국은 아직 있다"

입력
2010.09.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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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미 몬태나주의 외진 산길. 무슬림 두 명이 타고 가던 차량이 고장으로 멈춰 섰다. 무작정 길을 걷다 덥수룩한 수염의 낚시꾼을 만난 건 행운임과 동시에 긴장된 시험이었다.

외관상 중동이나 서남아시아계임이 분명해 보이는 자신들에게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초조했다. 애초 이들이 30일간의 라마단 기간 동안 미국 내 전역의 30개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도는 2만㎞의 순례를 계획한 것도 미국이 아직 포용의 나라인지를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둘은 8월 12일 뉴욕에서 시작한 여정을 이달 10일 미시간주에서 마무리했다. 9ㆍ11 테러 9주년을 맞아 뉴욕 모스크 건립 논란과 코란 소각 소동 등으로 이슬람을 둘러싼 미국인들의 갈등이 노골화한 상황에서 이들은 오히려 "미국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CNN은 이날 작가이자 코미디언인 아만 알리,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영화제작자인 바삼 타리크의 의미 있는 여정을 전했다.

트위터 등으로 알게 된 이들은 지난해 라마단 기간 뉴욕 내 모스크에서 했던 모험을 올해 미 전역 모스크 순례로 이어갔다. 물론 몇몇 불편한 순간들도 있었다. 미시시피주의 한 경찰관은 뉴욕 모스크 건립에 대한 무슬림 여행객들의 신념을 캐물었고, 앨라배마주에서 이들은 모스크를 떠날 것을 요청받기도 했다.

그래도 결론은 희망이었다. "2만㎞를 달린 끝에 저는 미국이 아직 존재한다고 느꼈어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미국을 알게 돼 행복합니다. 이민자로서 우리들이 바라는 미국은 아직 그대로였습니다." 타리크가 도움을 청한 낚시꾼은 흔쾌히 그들을 받아들였다.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가며 타리크가 모스크 순례에 대해 얘기했을 때도 그는 놀라거나 적대시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아이다호의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이 안식을 찾는 모습이나, 주민이 48명뿐인 노스다코타주의 작은 마을에서 친절히 이슬람 성지의 위치를 알려주던 주민들의 따뜻한 모습에서 훈훈함을 느꼈다. 알리는 "반 이슬람 기치를 내건 이들은 보잘것없고 목소리만 크다"며 "불행한 건 목소리가 큰 자들이 주목받는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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