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영화인들이 서로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모여 각자의 영화를 보며 경쟁의식과 함께 새로운 영화에 대한 동기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미동포 영화인들의 영화를 주로 모아 상영하는 미국 ‘뉴욕 코리안 아메리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대훈(32)씨가 10일 폐막한 제4회 충무로국제영화제 참가차 서울을 찾았다. 김씨는 2007년 뉴욕 코리안 아메리칸 영화제를 창설한 뒤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대 대학원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김씨는 한인의 미국 이민 100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행사 기획에 참여하면서 이 영화제를 만들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동포들끼리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게 동기였다.
출발은 미약했다. 장편 2편과 단편 10편 가량을 상영한 1회 영화제는 김씨와 친구가 마련한 800달러로 치러졌다. 조촐한 행사였지만 한인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180석 가량의 상영장이 꽉 들어찼고, 2회 때부터는 500석 규모의 상영장을 빌려야 했다. 내년 5회를 맞는 영화제의 예산은 6만달러. 유명 영화제에 비하면 아직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이 영화제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수치다.
4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 대학원에서 법학을 각각 공부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악당으로 묘사되는 아시아인들의 모습을 보며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그는 5년 전 뉴욕대 대학원 영화학과에 진학,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2008년 ‘나 번개 맞았어’라는 단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했고 장편영화 데뷔도 준비 중이다.
“이민 2세, 유학생 등 다양한 재미동포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싶습니다.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처럼 재미동포 중에서도 성공한 영화인이 나올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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