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초적인,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국가통계가 되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ㆍ11월1~15일)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5년에 한번씩 실시되는 센서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모든 사항을 조사, 통계화함으로써 정부의 각종 정책수립에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적 대사라 할 수 있는 센서스를 진두지휘하는 이인실 통계청장은 요즘 국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청사가 있는 대전을 떠나 여의도, 광화문, 과천, 부산 등으로 분주히 뛰어 다닌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와 업무 협의차 정부과천청사를 찾은 그를 만났다.
이 청장은 “이번 센서스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다문화 실태 조사”라며 “다문화 가정이 양극화를 부추기는 등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한국은행에 분산된 국내총생산(GDP) 통계 등을 통계청이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가장 신경을 쏟는 부분이 무엇인지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가 늘면서 대면 조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인터넷 조사에 역점을 둬 인터넷 조사비율을 3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종이나 물자를 덜 쓰는 ‘그린 센서스’도 가능해지겠죠.”
이 청장은 몇 차례 사전 시험 결과 ‘인터넷 조사 30%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걱정했다.
- 직접 독도를 찾아갈 계획이라구요.
“저를 비롯한 통계청 직원들이 영토의 동서남북 끝 지점(독도, 백령도, 마라도, 고성)을 찾아가 센서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명할 예정입니다.”
- 이번 센서스에는 새로운 조사 항목들이 눈에 띄는데요.
“다문화 관련 내용이 대표적이죠. 조사 문항에 국적 및 입국 시점 내용을 처음으로 넣었습니다. 앞으로 다문화는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탈학교율이 높다든지 한다면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겠죠. 이밖에 자전거 보유나 교통수단 이용현황 같은 녹색성장 관련 항목, 또 자녀 출산 계획 같은 저출산 관련 항목도 새롭게 포함했습니다.”
이 청장은 특히 다문화 가정 실태 조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불법체류자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조사를 하느냐도 이번 센서스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 다른 얘기를 해보죠. 우리나라 가계통계를 보면 소득에 비해서 자산 관련 지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은데요.
“학자로서 지적에 동의합니다. 복지정책을 만들려면 소득 말고 자산도 봐야 되죠. 그래서 현재 자산 관련 통계를 마련 중입니다. 표본 조사로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조사하는 가계금융조사인데요. 12월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 실업률이나 소비자물가 통계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고용상황을 보려면 이젠 실업률보다는 고용률을 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경기가 좋아져서 구직활동이 활발해지면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실업률 통계는 착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고용률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죠. 실업률은 보조지표의 의미로만 보면 됩니다. 소비자물가는 현실 반영률을 높이기 위해서 물가조사품목 및 가중치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 예전에는 정부가 통계를 입맛대로 가공하는 이른바 ‘마사지’가 횡행했죠.
“요즘은 절대 못합니다. 세부 항목을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마사지를 하면 금방 들통나게 되죠. 그리고 정책 부처(기획재정부)가 통계청 자료를 받아보는 시점과 기자들이 자료를 받는 시점에 거의 차이가 없어요.”
그는 실업률이 갑자기 5%로 급등했던 올 초 상황을 일례로 들었다. 정부에 먼저 알려주지 않은 바람에 나중에 굉장히 섭섭하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는 것. 그만큼 정부와의 사전 조율은 없다는 얘기였다.
- 주요 통계 조사가 한국은행과 통계청으로 분산이 되어 있는데요.
“예전에는 통계 조사를 신뢰할만한 곳이 한은 밖에 없어서 그랬는데요. 개인적으로 이제는 국내총생산(GDP) 같은 통계는 통계청이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지역내총생산(GRDP) 조사도 통계청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앙은행이 GDP 통계를 내는 나라는 벨기에밖에 없죠.”
그는 그러나 한은에서 쉽게 통계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산업활동동향 등의 질로 승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GDP 통계도 흡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여전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후보로 거론되시는데요.
“요로에 생각이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물론 금통위원이 매력적인 자리이긴 합니다. 임기(4년)도 정해져 있고, 통계청장보다 연봉도 훨씬 많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러나 통계청장 자리가 저에겐 더 낫습니다. 그 동안 통계 수요자로서 느꼈던 아쉬움을 하나씩 바꿔 나가는 보람이 적지 않습니다.”
- 앞으로 통계청장으로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국가 통계라는 게 참 중요한 분야인데, 아직은 발전이 덜 되었다고 봐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지런히 노력을 해야죠. 특히 국제적 기준을 정하는데 아시아적 가치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국 통계청이 대외적으로도 그만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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