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그간 방치해 뒀던 전국의 비상활주로에서 이ㆍ착륙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비상활주로는 적의 공격으로 공군기지가 파괴될 경우 전투기를 띄우기 위해 기존 활주로를 대체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소음 피해 등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훈련이 거의 없었고, 이로 인해 폐지론이 대두돼 왔다.
공군은 11월 초 한미연합 호국상륙훈련 기간에 경남 창녕군 남지비상활주로에서 이ㆍ착륙 훈련을 할 방침이다. 남지활주로는 주변에 축사가 많아 1978년 만들어진 후 94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시설이다. 때문에 군사작전용이 아닌 모형항공기 동호회원들의 경기 장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공군은 이곳을 포함해 전남 나주시, 경북 영주시와 울진군, 경기 수원시 등 전국 5곳에 비상활주로를 운영하고 있지만 90년 이후 20년간 전체 활주로의 훈련 실적은 5회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특히 수원비상활주로는 83년 건설된 이후 한 번도 훈련을 한 적이 없고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많아 존립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군은 전국 16개 전술비행기지 인근에 10곳의 비상활주로를 운영하다 2005년 절반인 5곳을 작전 시설에서 해제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비상활주로 활성화 지침을 공군에 내렸고, 공군은 이에 맞춰 올해부터 2년마다 비상활주로 한 곳씩 돌아가며 이ㆍ착륙 훈련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다만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훈련 규모는 크게 줄일 전망이다. 남지활주로 훈련의 경우 당초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수송기 등 10여개 전 기종을 총동원하려고 했지만 전투기를 제외하고 훈련기인 KT_1과 수송기 CN_235 등 2개 기종만 투입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말이 훈련이지 비상활주로를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시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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