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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암바니 형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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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암바니 형제 <하>

입력
2010.09.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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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이언스그룹은 권력자들의 약점과 공무원들의 사적인 일정, 경쟁 업체의 정보 등을 캐내기 위해 뉴델리에 로비스트와 스파이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 최대의 재벌기업 릴라이언스의 이런 치부를 공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창업주 디루바이 암바니의 장남 무케시 암바니(53)였다. 그러나 그가 2008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말을 꺼낸 것은 ‘양심 고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무케시는 “이 조직은 동생 아닐이 관장했으며, 그룹을 둘로 나눈 후 내 회사에서는 이 조직을 없앴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 사사건건 대립해 왔던 동생 아닐 암바니(51)를 흠집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언론이 비판해 왔던 릴라이언스의 정경유착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은밀한 거래

설립(1958년) 40년 만에 인도 최대의 그룹으로 성장한 릴라이언스는 정경유착으로 악명이 높다. 1990년대 초까지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인도 정부는 각 기업에 제품 생산량까지 배정하며 기업 활동을 일일이 제한했는데, 릴라이언스는 항상 최대 할당량보다 많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했다고 한다. 뒤따르는 경쟁사의 비판과 정부의 견제는 재계와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디루바이가 정치적으로 해결했다.

디루바이는 생전에 “사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외부 변수가 인도 정부였다”고 회상하며 “정부 통제를 뒤에서 비난하기보다 나서서 개선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기업가의 자세”라고 말했다.

정부가 스스로 규제를 완화한 것인지 릴라이언스에만 특혜를 준 것인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릴라이언스 계열사들은 후발주자로 사업에 뛰어들어도 손쉽게 업계 제일 혹은 수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부 보호를 받으며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능력 갖춘 2세

무케시와 아닐은 ‘위대한 창업주의 나약한 2세’는 아니다.

81년부터 릴라이언스에서 일한 무케시는 그룹이 석유화학 정유 가스탐사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여러 섬유 가운데 폴리에스터 부문의 사업 규모를 키운 후 가격을 대폭 낮춰 경쟁자들을 고사시켰고,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을 때는 기존 1분당 4루피(120원)였던 통화 요금을 40파이스(12원)로 낮춰 시장점유율 2위 업체에 등극했다.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그의 사업 전략.

아닐은 걸음마 단계에 있던 인도 금융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금융귀재’로 불린다. 그는 글로벌 예탁증권, 전환사채, 채권 등을 해외에 상장하며 인도 최초로 해외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도 경제가 개방된 91년 이후 릴라이언스가 해외 금융시장에서 20억 달러를 조달 받도록 한 것도 그의 수완이었다. 그는 또 매일 새벽 10km씩 뛰는 것은 물론 마라톤 대회에도 자주 출전해 ‘억만장자 마라토너’라는 별명도 얻었다.

가난한 나라의 세계 최고 부자

높이 172m(일반 건물 60층 높이), 연면적 3만7,000㎡의 27층 건물. 헬스와 스파시설 극장 연회장 공중정원 헬기착륙장에 관리직원만 600명인 집. 뭄바이에 있는 무케시의 대저택 ‘안틸리아’다. 2009년 완공된 이 집의 가격은 1조3,000억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이다.

무케시의 초호화 생활은 ‘퇴폐성 소비주의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는다. 2007년에는 영화배우 출신 아내의 생일선물로 500억원 상당의 22인승 항공기를 주문해 입방아에 올랐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용할 이 비행기를 상업용으로 수입했다는 사실이 1년 뒤 들통났고, 그 해 연말 뉴스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망신살 갑부 15인’에 선정됐다.

2007년 릴라이언스의 주가 급등으로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을 때 “재산은 단지 숫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평소 돈에 초연한 듯한 말을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는 기부 등 사회 환원 활동도 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새 인도 경제가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지만 빈곤층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77%(8억3,600만명ㆍ2007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 이 ‘가난한 나라’에서 무케시의 초호화 생활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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