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내놓은 ‘2차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계획안’에 대해 낙제점을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날 계획안이 발표되자마자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정책을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고, 일부 포털사이트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의 핵심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 정부도 대책 발표에서 지적했듯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 자녀양육비와 교육비인데 이번 대책에는 임신 가능한 결혼여성이 피부로 느낄 만한 실질적 지원책이 없었다.
가장 큰 것은 사교육에 관한 부분이다.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정부에서도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보육비 전액 지원 대상 확대가 일편 출산 장려책이 될 순 있지만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녀 1명을 대학 졸업까지 기르는 데 총 2억6,000만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셋째 자녀를 둔 공무원의 퇴직 후 최대 3년 재고용, 다자녀가정 세제 지원 등 정도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직장인 이모씨는 “갈수록 불어나는 사교육비와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부모가 대부분인데 이것이 빠진 저출산 대책은 껍데기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각종 대책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내년부터 태어나는 둘째 이상 자녀의 고교 수업료를 지원하는 대책이 대표적이다. 현재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 17년 후의 아이 고교 수업료 부담이 주는 것을 반겨 출산을 할 것이라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당장 예산이 소요되지 않은 대책을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킨 것도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역병 복무 중 배우자가 출산하면 복무자를 집에서 출ㆍ퇴근하는 상근예비역으로 편입시키는 대책도 모양새는 그럴 듯하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 군대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사람은 소수여서 실제로 이 혜택을 받을 만한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효성을 비판하는 정치권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으로 결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고 우위영 민주노동당,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각각 “대표적 반서민 정책” “각 부처의 제도 개선 사항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정부와 정책을 협의한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저출산특별대책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저출산 92개 과제 중 신규과제는 17개밖에 안 된다”며 “구심점이 될 만한 정책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는 반대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와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육아휴직급여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의 경우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데다 기업 인력 운영을 크게 제약하고, 고용보험 재정 적자를 부추긴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저출산 문제는 공교육 부실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공공 보육시설 부족 등 사회구조적 원인이 더 크다”며 계획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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