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자녀부터 고교 수업료를 준다는데 수업료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허리 휘는 육아비와 사교육비, 직장 상사의 눈치가 문제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해 9일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등 3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2차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계획(2011~2015)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야 할 주부나 미혼여성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결혼여성이 정말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5면
가장 쓴 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정부가 핵심 대책으로 내세운 육아휴직급여에 대한 정률제 도입이다. 현재 직장여성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매월 50만원씩 일정액을 지급하던 것을 바꿔 내년부터는 휴직 전 임금(통상임금 기준)의 40% 내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늘린다는 것인데 이 대책에 따라 실제로 휴직급여가 늘어날 워킹맘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씨는 “월 100만원의 휴직급여를 받으려면 기본급이 월 250만원은 돼야 하는데 대체 어떤 직장에 다니는 가임여성이 그만한 돈을 만질 수 있느냐”며 “대부분의 직장여성 월급은 한 달에 150만원 안팎인 상황도 모르고 대책을 만든다는 게 한심스러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휴직급여를 위한 추가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에서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은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인데 육아휴직을 하는 고소득 직장여성을 위해 사실상 기금 전용을 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얘기다. 출산 장려를 위해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나라는 많지만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또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휴직급여를 못 받는 비정규직 직장여성이나 전업주부와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업주부 손모씨는 “봉급받는 사람들의 아이는 더 좋은 우유를 먹느냐”며 “가진 자에게만 혜택만 주는 게 공정한 사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번 계획에는 주로 고소득 직장여성이나 공무원 등 안정적 봉급 생활층에게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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