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인물은 단연 라응찬(72)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62) 지주사장, 그리고 이백순(58) 신한은행장 등 이른바 '신한 3인방'이었다. 이들은 1982년 신한은행 설립 이후 지금까지 28년간, 점포 3개에 불과한 초미니 은행을 국내 3대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킨 주역들. 특히 단순한 상사와 부하 관계를 넘어 가족이나 다름없는 유대감을 과시,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신한지주는 금융권에서 가장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행장조차도 평소 직원들에게 "라 회장은 아버지 같은 분이고, 신 사장은 형님 같은 존재"라고 말해 왔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일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배임과 횡령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28년간 이어온 3인방의 관계는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형(신 사장)과 동생(이 행장)은 피고소인과 고소인 신분으로 갈라섰고, 아버지(라회장)는 동생 편을 들었다.
금융권에서는 "3인방의 친밀했던 관계를 감안하면, 라 회장이 이 행장과 손잡고 부당대출과 횡령혐의를 이유로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고소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 암투설 ▦영남(라 회장측)과 호남(신 사장측) 정치세력 개입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라 회장ㆍ이 행장과 신 사장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9일 공헌이사회(간친회) 주최로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설명회를 계기로 두 편으로 나뉜 '3인방'은 완전히 남남으로 갈라선 분위기다.
라 회장괴 이 행장은 재일동포 주주들이 모든 결정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함에 따라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신 사장을 해임시킬 태세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무고를 밝혀 결백을 입증해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와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28년간 가족처럼 지내온 3인방의 관계가 파탄나면서 신한지주의 신뢰도와 그에 따른 기업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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