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우스'의 작자로 유명한 피터 쉐퍼는 그 작품을 발표하기 8년 전인 1965년 '블랙 코메디'를 썼다. 인간 속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을 찾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풍자한 이 작품은 극단 성좌가 1983년 이후 5차례에 걸쳐 무대화한 대표작이다. 극단 창립자 권오일씨의 2주기를 맞아 성좌는 새 버전을 선보이기로 했다.
'블랙 코메디'는 깊이와 아울러 재미를 갖추고 가을의 초입을 장식하는 일련의 무대의스타트를 끊었다. 갑부의 행태를 통해 인간의 위선을 파헤치는 이 작품은 이번에는 마임의 도입 등 송훈상씨의 새 연출에 큰 기대를 건다. 김익태 김정균 등 출연. 10월 3일까지, 옐림홀. (070)8804-9929
창립 50주년을 맞는 극단 실험극장은 '이오카스테'로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를 다시 읽는다. 배경을 완전히 현대로 바꾼 연출가 박정희씨의 해석이 무대 구석구석까지 스며든다. 신탁과 운명이 인간의 오만과 뒤섞여 빚어내는 원형적 비극에 현대성을 덧댔다. TV 등 미디어, 대중과 이미지, 사회적 굴레 등 현대적인 잣대는 신화적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변용될까. 신탁과 운명 앞에서도 사랑을 택하는 여인에 초점을 맞춘, 페미니즘 버전 '오이디푸스'인 셈이다. 이헌 작, 이서림 강진휘 등 출연. 9월 8~19일, 연우소극장. (02)889-3561
극공작소 마방진의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 다시 읽기다. '맥베스'에 자욱한 살육의 광기를 먼 미래, 동해의 어느 폐쇄된 섬으로 이식한다. 구역장, 살인 청부업자 등의 장치를 통해로 원작이 완전히 지하 범죄조직의 사건으로 변신하는 것은 이 극단 특유의 연극성 덕분이다. 극단측은 "작품을 5막으로 나눠 각각 무술적 동작을 넣을 것"이라며 "이 연극의 장르는 무협 액션"이라고 말했다. 역광, 모닥불, 촛불, 횃불 등 다양한 광원에서 분출되는 빛이 투여하는 갖가지 이미지는 무대에 특이한 영기를 불어놓는다. 고선웅 연출, 이국호 호산 등 출연. 10월 27~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544-1555
극단 피악의 '악령'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쓰고 카뮈가 각색한 고전을 무용 무대로 변형시킨다. 러시아의 어느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파멸의 이야기가 무용과 연극의 결합, 즉 시어터댄스로 탈태한다. 이를테면 무용 버전 허무 코미디다. 나진환 연출, 김태훈 이항나 등 출연. 11월 8~10일, 예술의극장 토월극장. (02)889-356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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