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미 지음ㆍ최정인 그림
한겨레아이들 발행ㆍ236쪽ㆍ9,000원
먼 바다 한가운데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인다는 어떤 섬에는 현실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홀로 병든 할아버지를 모시던 지헌이, 친척집에 얹혀 살며 구박받는 민혜,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둔 처리, 자살하는 엄마와 강물에 떨어졌다가 살아난 수정이….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어울린다. 섬에는 상처를 주는 어른도 없고, 의무도 없다.
학급에서 ‘평화주의자’로 낙인 찍혀 늘 혼자이던 담이와 아버지의 폭력에 멍든 진규도 천국 같은 이 섬을 찾아간다. 하지만 영원한 행복이란 없는 법. 상처가 치유되면 섬을 떠나야 하기에 몇몇 아이들은 영원히 섬에 머물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규율이 생기고, 아이들은 반목하기 시작한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지,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은 유토피아를 소재로, 결국에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 이치를 일깨우는 동화다. 비현실적인 배경과 절박한 내면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행동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좋은 어린이책은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현실을 사실대로 알려주는 책이다. 등 아이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 최나미는 이번에도 아이들에게 진지한 메시지를 던진다. 초등 고학년 이상.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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