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나기, 어긋나기, 돌려나기, 뭉쳐나기…. 나무가 잎을 붙여가는 방식이다.
조록싸리의 잎은 세 장 중 두 장이 마주보고 나 있다. 가지를 중심으로 정확히 맞은편에 똑 같은 모양과 크기의 잎을 만든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생명도 그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한 쪽 잎을 잘라 정확히 맞은편 잎에 포개어 집을 짓고 알을 낳았다. 두 잎을 다 잘라내면 집이 될 수 없다는 것도 터득했다. 말라 부스러지면 알을 보호할 수 없기에 한쪽 잎은 남겨 두었다.
숲을 지켜가는 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갓 미물’이라고 폄하하는 생명들도 얼마나 지혜롭게 삶을 이어가는지 새삼 깨닫는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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