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원로주주모임인 간친회(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오전 나고야(名古屋)행 아시아나 OZ122편에 탑승한 신한 수뇌부 3인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신한은행으로부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신 사장 해임을 추진하는 라응찬 회장, 이백순 행장은 조우를 최대한 피하려는 듯, 공항도착과 탑승시각에도 5분 정도 간격을 뒀다.
나고야 공항에 도착한 라 회장과 이 행장은 같은 승용차를 타고 간친회장으로 출발했으나 신 사장은 일부 기자와 함께 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모임에는 4명의 재일동포 사외이사 전원과 27명의 원로급 재일동포 주주, 그리고 신한금융 측 인사 등 모두 50∼60여명이 참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간간이 웃음을 띠었던 세 사람의 얼굴은 정오가 지나고 설명회가 시작되자 딱딱하게 굳어갔다.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발한 경위와 혐의의 진위를 주주들이 강력히 따져 묻는 사실상의 ‘청문회’가 진행된 것. 회의장 내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중간에 빈 방을 별도로 두었고 보도진의 출입도 엄중히 통제됐으나, 간간히 관계자들이 출입할 때 열린 문틈으로 참석자들의 고성이 들렸다.
회의는 정환기 간친회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라 회장과 이 행장, 신 사장의 인사말 순으로 이어졌다. 인사말이 끝난 뒤 신한은행 원우종 상임 감사와 정철섭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푸른 대표)가 차례로 신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그러자 신 사장은 직접 주주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결백을 주장하며 대응했다.
신 사장은 “나는 웃는 낯으로 왔는데 (은행은) 변호사까지 데려왔느냐, 나도 변호사를 데려올 걸 그랬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섭섭하다”면서 회사측을 반박했다. 그러자 재일동포 주주 중 한 사람이 “변호사는 밖으로 나가라”라고 요구, 정 변호사는 설명회장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퇴장했다.
정 변호사에 이어 간간이 설명회장 밖으로 나온 재일동포 주주들은 격앙된 표정이었다. 자신을 신한은행 창립멤버 라고 소개한 한 오사카 출신 주주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해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 등) 셋 다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신 사장의 지지기반이 두터운 오사카(大阪)에서 왔다는 60대 여성 주주 한 명은 “A(라 회장)와 C(이 행장)가 B(신 사장)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라는 증거가 드러났다”며 “회사측에서 B의 범죄에 대해 뭔가 설명하긴 했지만 설득력이 없고, B가 행장으로 있을 때 밑에 있던 직원들은 뉴욕 같은 곳으로 다 보내놓고 A와 C가 만든 일이라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주주는 또 “일을 이렇게 크게 벌려서 회사 신용과 주가를 떨어트리고, 매스컴에서 떠들게 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는 수천만엔의 손해를 봤는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회의는 오후 4시쯤 끝났다. 회의장을 나서는 당사자들 모두 침통한 분위기. 신 사장은 일부 주주들과 만난 뒤 김포공항으로,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인천공항으로 따로 귀국했다.
나고야=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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