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하는 인문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2010 인문주간’ 행사가 13~19일 진행된다. 2006년부터 시작돼 다섯번째가 되는 올해 인문주간의 주제는 ‘기억과 인문학적 상상력’.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읽는사회, 문지 문화원 사이 등 전국 15개 인문과학 단체들이 다양한 강좌, 전시, 답사, 문화공연 등을 마련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역사드라마와 기록문화에 관한 강좌와 전시회, 답사를 진행한다. 원로 극작가 신봉승씨는 13일 ‘전통의 기록과 드라마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14~16일에는 ‘조선왕실과 사대부가의 전통기록문화’를 주제로 한 시민강좌가 열린다. 조선 왕실에서 읽었던 ‘낙선재본’ 소설, ‘영조어제’로 엿볼 수 있는 영조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임진왜란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인 오희문의 ‘쇄미록’ 등을 다룬다.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는 18일 ‘30년대 구보씨의 서울 천변풍경과 주변 문학공간’을 주제로 청계광장, 종로, 남대문 등 소설가 박태원(1909~1986)의 작품에 등장하는 서울의 공간을 찾아보는 문학답사 행사를 연다. 같은 날 ‘역사 속의 이방인, 흩어진 기억을 찾아서’를 주제로 진행되는 강화도 답사에서는 전등사, 초지진 등 외부세력의 침입과 관련된 강화도의 역사 현장을 찾는다.
지역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대구에서는 대구역부터 동산병원 선교사 사택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근대 대구의 기억을 공유하고 대구문화의 앞날을 고민해보는 답사 프로그램 ‘길 잃은 대구문화, 골목길을 따라 그 기억을 찾아나서다’(13일)가 열린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 계남정미소에서 13일부터 열리는 용담댐 수몰지역 주민 사진전 ‘용담 위로 나는 새’, 다큐멘터리 ‘흔들리는 기억의 숲’ 상연회도 사라진 지역공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성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술행사로는 조선대 인문학연구원이 15일 여는 ‘폭력과 기억과 희망의 정치’ 주제 세미나도 눈여겨볼 만하다. 5ㆍ18민주항쟁(한국), 문화혁명(중국), 홀로코스트(독일) 등 각국의 국가폭력이 구성원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각인되고 기억됐는지에 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 홈페이지(http://hweek.nrf.go.kr)에서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출헌 2010 인문주간 기획위원회 위원장(부산대 교수)은 “올해는 한국전쟁 60년, 광주민주항쟁 30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매듭이 지어진 해”라며 “과거의 일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뿐 아니라 그 기억을 미래의 비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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