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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연애다리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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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연애다리 추억

입력
2010.09.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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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연애다리'라는 작은 다리가 있습니다. 마산 사람들이 신마산이라 부르는 곳에 있는 다리입니다. 다리 아래로 무학산 남쪽 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청계천이 되어 흐르고 수양버들이 줄지어 서 있어 장관이었습니다. 그 다리가 왜 연애다리인지 연유를 아는 사람은 없지만 그 다리가 연애다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연애하는 청춘들의 약속 장소였기에 붙은 이름 같기도 합니다. 그 다리 아래쪽으로 달을 본다는 월견교가 있는 데 달구경 왔다가 몰래 숨어 연애하는 청춘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연애다리에서 첫사랑을 한 키가 큰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영문학을 하던, 눈이 동그란 여자와 연애를 할 때 약속장소가 늘 연애다리였습니다.

그해 시월 십팔일, 남자는 빨간 티셔츠를 입고 연애 중이었습니다. 남자는 말리는 여자를 뿌리치고 연애다리를 건너 '10ㆍ18' 속으로 뛰어갔습니다. 남자는 연애보다 혁명을 더 사랑했습니다. 그것으로 연애다리에서의 연애는 끝이 났습니다.

여자는 지금 미국에 살고 남자는 가끔 연애다리를 오가며 그 여자를 추억하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오랜 만에 연애다리를 건너봅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아름답고 슬픈 많은 연애가 이 다리를 건너가고 건너왔을 것입니다만, 그 연애를 기억하는 것은 오직 다리뿐이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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