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도대체 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일자리 변동과 구조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일자리 수 변동을 보면 매우 비대칭적이다. 경기상승 국면에서 일자리 수는 잘 늘어나지 않는데 경기가 나빠지면 곧바로 크게 줄어든다. 성장하는 기업과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는 기업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 노사 모두 책임 느껴야
성장을 주도하는 제조업의 수출 대기업에서는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고, 내수 부진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구조 양극화의 해결 없이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둘째, 일자리 구조 또한 비대칭적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도 정규직은 소폭이나마 증가하는데 비해, 비정규직 일자리는 대폭 감소했다. 또한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락했다. 경제구조의 양극화가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를 줄이면서 소득 양극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 양극화는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면서 경제구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양극화의 악순환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치유하는데 노동 운동이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 같다. 노사관계 역시 양극화한 때문이다.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자기 이익을 충분히 관철하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의 혜택을 보기는커녕, 어떠한 경우에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운동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하청 단가를 후려치는데 대기업 노조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옆에서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이 자기들 임금의 절반 밖에 받지 못하는데도 대기업 노조가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에서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첫째,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일자리 문제가 풀린다. 중소기업을 키우는 데 대기업 노사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 100대 대기업 노사가 모여 대ㆍ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결단을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아무리 법과 제도를 고쳐도 대기업 노사가 중소기업을 도와 줄 마음이 없으면 또 다른 변칙, 탈출구를 찾을 것이고, 힘 없는 중소기업은 그저 하릴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둘째, 정부도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근로사업을 상시화하되,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예산을 쓸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에서 그 동안 필요했으나 예산이 없어 하지 못했던 사업'들로 공공 근로사업 리스트를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인구 대비에 따라 돈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저소득층 직업훈련 확대를
또한 저소득층 직업훈련에 정부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예컨대 간병인들도 교육을 받으면, 중풍 치매 암 교통사고 등의 환자 별로 전문화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그러면 간병인들도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간병 수요가 늘어나 일자리 수도 늘어날 것이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훈련기간에 생계수당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루하루 벌어야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제시해도 훈련을 받을 여유가 없을 것이다. 공동체와 상생, 이런 말들이 아무리 식상해도 해법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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