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약을 먹거나 인슐린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주로 다스려왔다. 이는 혈당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좋지만, 혈당을 지나치게 떨어뜨려 저혈당과 체중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이를 줄이려고 '인크레틴 호르몬'의 특성을 활용한 당뇨병 약이 나왔다. 인크레틴 호르몬을 주사로 투여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잘 분비되도록 하는 것이다. 인슐린이 필요할 때 인슐린을 일시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혈당이 높아질 때 몸 스스로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릴리의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인크레틴 유사제다. 2008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바이에타는 5mcg, 10mcg의두가지 펜형 주사제 형태로, 환자 스스로 하루 두 번 투여한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식사량과 운동량에 따른 용량조절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매일 자신의 혈당을 모니터링할 필요도 없다.
바이에타는 미국 남서부 사막에서 서식하는 '아메리카 독도마뱀(Gila Monster)'의 타액 성분인 엑센딘-4를 합성한 것이다. 이 도마뱀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침 속에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게 바이에타 개발의 단초였다.
인크레틴 호르몬 활동을 저해하는 DPP-4 효소를 막는 기존의 DPP-4 억제제(인크레틴 분해 억제제)와 달리, 바이에타는 인크레틴 호르몬과 유사한 제제를 직접 주사제로 투여해 호르몬을 대체한다.
또한 바이에타는 혈당조절뿐 아니라 위장운동을 떨어뜨리고 식욕중추에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3년간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로, 7% 이하가 정상) 수치가 떨어지고, 평균 5.3㎏의 점진적인 체중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 추가적으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저혈당 쇼크를 일으키거나, 사용되지 않은 인슐린이 몸 속에 남아 지방형성을 촉진할 염려도 줄어들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주요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있어 바이에타 투여가 권고되고 있다. 임상치료의 주요 지침서로 사용되는 세실 내과학 교과서에서는 경구약제로 혈당조절에 실패한 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려는 환자들에게 바이에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의료연구소(NICE)의 가이드라인에서도 경구약제로 혈당 조절이 안 되고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경우 바이에타 복용을 고려하라고 권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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