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금융, 무역, 운송, 여행, 에너지 분야에 걸친 독자적 이란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란의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허가 없는 금융거래 금지 및 입국불허 등의 조치를 취한 게 핵심이다. 관심을 모았던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수 개월의 영업정지가 유력한 중징계 조치를 통보하고, 영업정지가 끝난 이후에도 허가 받지 않은 금융거래를 금지했다.
정부는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본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이 한 달 이상 빨리 이란 제재법 시행세칙을 발표하는 바람에 독자적 제재조치를 앞당겼다고 한다. 수위는 나름대로 조절했지만 유럽연합 일본 등 이미 독자적인 포괄적 제재에 들어간 국가들에 비해 별반 낮지 않은 수준이다.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할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위상으로 볼 때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마냥 미루거나 외면하기는 어렵다. 명분상 국제사회의 대의를 지지하면서도 우리의 특수사정을 들어 경제적 실리를 취하던 시절과는 사정이 다르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로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지난해 한국과 이란의 교역액은 97억4,000만 달러였고, 이란과의 거래 기업은 2,100여 개나 된다. 정상적인 수출입 거래를 위해 이란 중앙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키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란 당국이 공언했던 보복조치가 가시화하면 수출과 대형사업 수주 등에서 우리 기업의 불이익과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란 당국에 제재 조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정부의 중동외교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