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의 한 교회가 9ㆍ11 테러 9주년에 맞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모스크를 짓는데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이어서 코란 소각을 강행할 경우 미국 내 반 이슬람 정서를 확산시키고 종교 간 충돌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소재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교회의 테리 존스(58) 목사는 앞서 7월 “코란은 성서의 진리를 외면한 채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조장하는 악”이라며 “11일 9ㆍ11 희생자 3,000명을 추모하기 위해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반 이슬람 지지자들이 우편으로 보낸 코란이 교회에 쇄도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이를 성토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가 자카르타의 미 대사관 앞에서 벌어졌다.
상황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미 행정부의 주요 당국자들은 일제히 코란 소각계획을 강력히 비난하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7일 이슬람계 청년 지도자들을 초청한 만찬 연설에서 “무례하고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미 행정부의 주요 당국자들도 일제히 “코란 소각은 해외에 파병된 군대에 해가 될 것”(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에릭 홀더 법무장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이라며 코란 소각이 낳을 파장을 우려했다.
해외에서도 규탄과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아프간 주둔 동맹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로마 바티칸시티의 한 신문은 “코란을 불태우는 행위는 모든 종교의 원칙과 믿음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의 비난 물결에도 불구, 존스 목사는 “우리는 왜 그들에게 경고를 보내면 안되며, 왜 우리는 극단적 이슬람에 ‘당신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당신을 공격하겠다’는 경고를 보내지 못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코란 소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존스 목사는 지난해에도 “이슬람은 악”이라는 포스터를 교회 앞에 내걸어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그가 이끄는 교회는 신도 50명 정도의 조그만 교회로 기독교 어느 종파에도 속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14만달러의 모기지가 연체돼 교회를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로 하고 교회 재산을 매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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