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쌀 지원 요청을 긍정 검토하면서 북한 수해 복구 지원이 냉각돼온 남북관계를 전환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북한이 비상식량과 의약품 대신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방침은 이르면 금명간 발표된다. 정부는 우리측의 100억원 상당 지원 제안에 대해 북측이 품목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만큼 쌀과 시멘트 등을 지원하더라도 100억원 규모를 상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지원 품목 논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사간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의미 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남북관계도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적절히 해나가려고 하며 대한적십자사(한적)에서 북한에 인도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는 것도 일보 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지난 4일 오후 6시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한적 앞으로 "남측이 수해물자를 제공할 바에는 비상식량, 생활용품, 의약품 보다는 쌀과 수해 복구에 필요한 시멘트, 자동차, 굴착기 등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적이 지난달 26일과 31일 한적이 지원 의사를 밝힌 데 대한 수정 제안이다.
북한의 요청을 바라보는 정부의 눈길은 일단 긍정적이다.
당국자들은 이번 요청이 현정부 출범 이후 첫 공개 요청이라는 점, 이 요청 직후 억류해왔던 대승호 선원들을 송환한 점 등을 긍정적 흐름으로 평가한다. 북한은 6일 언급한 대로 동해를 통해 대승호 선원 7명(한국인 4명, 중국인 3명)을 남측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천안함 사태 후 북한의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없으면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대북 지원∙교류를 중단하겠다는 '5∙24' 조치가 아직 유효하고, 미국 등과 함께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북한 핵 문제를 풀 6자회담도 공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는 3일간이나 북한의 요청을 공개하지 않은 듯하다. 기존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북의 요청에 화답하는 방안을 모색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쌀을 지원한다 해도 일단 인도적 지원에 한정될 것"이라며 "쌀은 전략적 품목이기 때문에 수량, 분배 검증 등의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끝난 후 북한의 지향점이 드러날 것이며 그 후 우리의 대응도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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