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8세 때쯤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히치하이크로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죠. 김나지움(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을 마치지 못했지만 그건 작가가 되는 데 있어 오히려 완전한 장점이었죠. 첫 유럽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방랑소설’로 불리는 첫 소설 (1955)을 썼고,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소설 10권과 여행서 및 시집 15권을 냈습니다. 나는 소설가인 동시에 여행문학 작가입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는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77)이 처음 한국을 찾아 7일 기자들을 만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중심으로 한 스페인 여행기 (민음사 발행)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춘 방한이다. 1980년 발표한 장편소설 이 2년 뒤 미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페가수스 상을 받으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노터봄은 30여 개 언어로 작품이 소개된 네덜란드의 대표적 작가. 국내에는 그의 장편소설 등이 번역 출간돼 있다.
노터봄은 소설은 물론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문학, 역사, 종교, 미술, 건축 등 폭넓은 교양을 반영한 고품격 여행기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은 15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대표적 여행서. 암스테르담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954년부터 매년 여름 스페인을 여행한다. 이 책에서도 “스페인은 한 번도 정말로 유럽의 일부가 되어본 적이 없는 나라”(21쪽)라고 거듭 표현할 만큼 스페인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이 책의 네덜란드어 원서 제목은 ‘산티아고로 향하는 우회로’. 우회로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노터봄의 여로는 스페인 북부를 관통해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에 이르는 보통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자주 벗어나,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과 국민성을 심도있게 살핀다. 그는 “숙소, 식당, 명소 같은 여행용 정보는 절대 쓰지 않는다”며 “체류 기간이 길든 짧든 그 나라의 본질을 관찰하고 그것을 문학적 표현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내 여행기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한 심정을 묻자 그는 절친했던 벨기에 소설가 휴고 클라우스(1929~2008)가 겪은 소동에 대한 목격담을 전했다. “10년 전쯤 휴고 클라우스가 올해는 노벨문학상을 받게 될 거라는 급보를 듣고 헬리콥터까지 불렀는데 수상자는 결국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매년 수상 후보로만 거론되다가 세상을 떴다.” 노터봄은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작품 전반이 아니라 잘 쓰여진 특정 작품에 주어진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나도 구미 각국에서 여러 상을 받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상이 아니라 독자들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노터봄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최근 산티아고 여행기를 낸 소설가 서영은씨 등과 작품낭독회를 가졌다. 그는 8일 오전 책 출간 행사 참석차 일본 도쿄로 간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