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7일 논란을 뒤로 하고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소위 부실 대학으로 분류된 해당 대학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게 됐다.
명단이 공개된 30곳의 대학은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345곳 가운데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인상 수준 등의 지표에서 하위 10% 평가를 받았다. 특히 최소대출 그룹으로 묶인 6곳은 최근 3년간의 재정ㆍ교육 여건이 크게 열악해 고등교육의 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교과부는 당초 대출 제한 대학을 하위 15%인 50곳까지 지정할 계획이었으나 대학들의 반발에 밀려 30곳으로 줄였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원칙이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 수는 2012학년도 64만2,183명, 2013학년도 57만5,831명, 2018학년도 55만6,630명, 2021학년도 47만2,701명 등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5년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생 정원을 초과해 2024년엔 대학의 초과 정원이 무려 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교과부는 명단을 공개하면서 “정부 학자금 대출 제도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부실 대학을 겨냥한 ‘낙인 찍기’로 간접적인 구조조정을 꾀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이번 조치가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 공개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관건은 파장이다. 교육계에서는 대출 제한 조치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유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8~10분위 신입생이 일반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에만 적용돼 영향을 받게 될 신입생들은 대략 7,000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단 공개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8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에서 수험생들의 기피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신입생 모집에 비상이 걸린 대학들은 결과에 따라서 학교의 존립 여부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맞을수도 있다. 해당 대학들이 평가 기준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과부는 재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제한 대상이 아니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학생들은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방 사립대의 A교수는 “신입생들에게 중요한 정보라며 명단을 공개하면서 정작 재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며 “경영을 잘못한 대학의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교과부는 2010년 교육 여건에 관련된 지표가 공시되는 다음달 중 30곳의 대출 제한 대학을 다시 평가해 하위 10%에서 벗어나는 대학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내년에는 하위 15%의 수준값을 제시하고 절대 평가 방식으로 대출 제한 대학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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