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이름이 있다. 태풍에 처음 이름을 붙인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인데 재미있는 것은 기상예보관이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태풍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이 태풍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기상예보관은 바람을 살피다보니 바람둥이가 많았나 보다.
애인의 이름을 태풍에 많이 붙였다고 한다. 한반도를 강타했던, 사망과 실종자가 800명이 넘었던 1959년의 태풍 사라호의 '사라'는 미국 예보관의 애인 이름이었다. 2000년부터 태풍의 이름은 아시아태풍위원회가 14개 회원국에서 10개씩 받은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를, 북한은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매미 메아리 소나무 버들 봉선화 민들레 날개를 태풍 이름으로 제출해 사용해왔다. 강력한 피해를 주었던 태풍의 이름은 바꾸는 것이 관례인데 북한이 제출한 이름인 '매미'는 2003년 우리나라에 130명의 인명 피해를 내 무지개로 바꾸었다고 한다.
9호 태풍 '말로'가 많은 비를 몰고 올라오고 있다. 태풍의 경로를 보니 슬며시 겁이 난다. 은현리로 태풍이 지나간다. 막 황금빛이 도는 들판으로는, 출하를 앞두고 있는 배밭으로는 태풍이 발뒤꿈치 들고 살금살금 지나갔으면 한다. 말로는 마카오가 제출한 태풍 이름인데 구슬이란 뜻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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