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마음을 쓰고 살아가지만 정작 마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때로 마음을 자동차 운전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육신이 자동차라면 마음은 운전자인 것이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는 움직이지 못하듯이 마음이 없는 육신도 그와 같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운전자가 좋지 않으면 안전하지도 편안하지도 않다. 그러나 설혹 낡고 오래되거나 문제가 있는 자동차라도 좋은 운전자를 만나면 그 최대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육신이 아무리 젊고 건강해도 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못하면 세상과 자신에게 이로움이 없지만, 육신에 아무리 장애가 있어도 마음이 건강하면 스스로와 세상에 많은 이익과 기쁨을 줄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하고 아름다우면 좋겠지만 만약 한 가지를 우선해서 선택해야 한다면 마음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군대 가기 전의 젊은이들은 여자 친구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그러나 군을 제대하고 나면 얼굴보다는 마음을 보게 된다고 한다. 군 생활을 통해서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성숙해지는 증거일 수 있다. 우리의 오래된 말 중에도 '얼굴이 예쁜 사람은 3년 동안 즐겁지만, 마음이 고운 사람은 30년이 지나도 그 즐거움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깨닫곤 한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은 금방 다시 눈에 보이는 외형의 아름다움과 유혹에 물들어 버린다. 사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생이란 끝없는 시행착오의 반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가 적은 사람들은 인생의 풍파와 고통이 적고, 시행착오가 많은 사람은 그 만큼 시련과 고통을 겪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그릇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지만 그 담는 그릇에 따라 똑같은 모양으로 변한다. 마음도 그와 같아서 외형으로 드러나는 모양과 같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수행(修行)이라는 것은 외형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통제하고 관리해서 마음의 모양을 잡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특히 초심자들의 경우에는 무척 세밀한 작은 행동과 동작까지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는데, 이런 엄격함을 통해서 마음도 바른 모양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되는 것이다. 훌륭한 수행자는 내면의 깊은 깨달음뿐 아니라 드러나는 언어와 행동이 철저하게 원칙과 부합한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공한 정치인 기업가 학자 등의 사람들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기본으로 한다. 자기관리의 기본은 약속과 시간 철저히 지키기 등 외형으로 드러나는 크고 작은 행동과 습관의 통제와 조절이다. 언어와 행동이 일치되고 그 삶을 꿰는 일관된 행동 양식을 지니고 있어야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삶의 그릇을 만들고 또 계속해서 지켜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마음그릇 비우기 또한 중요한 수행의 하나이다.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가 원해서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용서, 고집과 관용의 마음들이 채워지기도 하고 비워지기도 한다. 세상의 풍파에 따라 마음이 채워지고 비워지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많이 따른다. 그래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마음 비우기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사는 슬픔과 분노, 고집과 아픔도 있다. 마음을 비우고 버리지 못해서다. 매일 매일을 정리하고 시작할 때, 아프고 슬픈 낡은 감정을 버리고 기쁨과 희망을 채워볼 일이다.
주경 서산 부석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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