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느냐’가 화두다. 과학기술도 사회적 요구에 맞춰 불편한 사람을 돕고 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쪽으로 응용ㆍ발전하는 중이다. 국내 과학계에서도 최근 노령인, 장애인 등 10가지 인간중심 기술에 대한 본격 개발에 나섰다. 관련 동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관련기사 5면
“혼자 전등 스위치를 켜고 캐비닛을 직접 열어요. 혼자 옷을 입고, 쇼핑을 하고 요리도 해요. 다시 두 팔을 쓸 수 있게 됐거든요.”
남들에겐 당연하지만 30대 초반의 이 미국 여성에겐 꿈 같은 일이다. 2년 전만 해도 뇌졸중을 앓았던 탓에 두 팔이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 재활기기업체 미요모가 개발한 팔 동작 보조기기를 쓴 뒤부터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팔을 못 쓰던 때와 지금은 삶의 질이 천지 차이다.
100개국 중 29위(2010년 뉴스위크), 55개국 중 38위(2007년 국제경영개발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4위(2005년 이코노미스트). 국민 삶의 질을 평가 받은 우리나라의 최근 성적표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세계 15위(세계은행, GDP 기준)인 경제규모에 비하면 아직 초라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70% 이상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학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과학기술을 구체적 삶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활용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인 셈이다. 외국 유명 기업과 대학, 기관들은 이미 앞다퉈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국립노화연구소와 국립장수과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반도체 회사 인텔조차 환경오염물질을 분석하는 정밀분광기법을 연구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고령자와 장애인의 복지, 식품과 보건 재해에 대한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10가지 인간중심 기술 개발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들 10개 공공복지안전연구사업단에 5년간 총 8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 기술들이 개발되면 근력이 약해진 노인이 좀더 편하게 걸을 수 있고, 앞을 못 보는 장애인도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해진다. 음식물 안전을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조성되며, 전염병이나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능력도 향상될 전망이다. 국내외에서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기술이 대부분이라 시장을 선점 또는 개척하는 의미도 크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가치평가의 최우선 척도는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였다. 공공복지안전연구사업단 선정 책임을 맡은 이번(조선대 IT융합학과 교수) 총괄기획위원장은 “과학계에서 공익성이 큰 공공·안전·복지 분야는 소외돼온 게 사실”이라며 “기술 발전이 삶의 질로 이어지는 게 바로 선진국형 복지”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