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를 당당히 키우겠다며 결혼까지 했던 젊은이가 이혼 후 아이도 버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6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아동복지전문기관. A(20)씨는 “아~빠”하며 품에 안긴 세 살배기 아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연방 눈물을 흘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갖다 버렸다는 씻지 못할 죄책감 때문이었다. A씨는 지난달 20일 이곳 앞마당에 아들을 몰래 놓고 나왔다. 이혼한 뒤 도저히 혼자서는 아들을 키울 자신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2007년 고교 1학년 때 동갑내기인 부인을 만나 덜컥 아이를 임신했다. 낙태와 출산을 고민하던 A씨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했고, 결혼까지 해 고딩 부부가 됐다. 그러나 A씨의 용기 있는 선택은 아들을 갖다 버리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학생 신분으로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형편이 어려운 부모의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 말 부인마저 “못 살겠다”며 집을 나간 터였다.
A씨는 지난달 부인과 이혼 후 양육권을 가져왔지만 변변한 돈벌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아들을 키우는 게 엄두나 나지 않았고 결국 아들을 버리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아동보호기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소문 끝에 A씨를 붙잡아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모로서 못할 짓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날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린 A씨는 아들의 친조부모를 대리양육인으로 지정하고 나서야 아들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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