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중간선거 예비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사업가 출신의 팀 스콧이 정치명문가의 아들인 폴 서몬드를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표차로 공화당 후보에 올랐다. 서몬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상원의원을 무려 8번이나 했던 스트롬 서몬드(작고)의 아들이다. 더구나 스콧은 흑인이다. 인종편견 등 보수색이 짙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흑인이 공화당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은 “서프라이즈”라고 보도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배지를 달고 선거에 나서는 흑인 후보는 스콧을 포함, 30여명에 달한다. 흑인 후보가 전례 없이 공화당에 넘치는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흑인들의 불만과 공화당의 선거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 공화당은 오바마가 갖고 있는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허상을 깨는 데는 흑인 후보가 최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는데 흑인에게서조차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만큼 좋은 정치적 소재가 없다고 본 것이다.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가 ‘검은 공화당원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흑인 역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스콧도 대표적인 반 오바마주의자이다. 건강보험 입법 철폐와 세금제도의 단순화가 그의 공약이다. 정부의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흑인은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민권법 이후 민주당의 흔들리지 않는 정치 텃밭이었다. 앨 고어, 존 케리 등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90%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95%를 얻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출범 2년이 가까워오면서 흑인들의 정서가 많이 바뀌었다. 교육, 일자리, 가족 문제 등에서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의 정책에 더 밀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론 레스터는 “사회적 이슈에서 흑인이 취하는 태도가 공화당의 이슈와 점점 유사성, 호환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된 데는 오바마 대통령의 흑인 정책 부재가 큰 요인이다. 일자리 문제가 특히 그렇다. 흑인들의 실업률은 현재 15.6%이다. 전체 평균의 2배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표를 몰아준 흑인들에게 지금까지 해 준 것이 뭐가 있느냐 하는 것이 흑인들의 밑바닥 정서이다. 흑백인종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도 흑인들의 오바마 지지는 절대적이지만, 흑인만을 대상으로 오바마에 대한 지지도를 물으면 절반 가까이가 회의적이다. 최근의 흑인들의 공화당 밀착은 서민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상위권 계층에 국한됐던 것과 다르다. 스콧 후보도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의 빈민가에서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미 언론들은 “흑인들은 중동정책이나 히스패닉, 심지어는 게이 문제보다도 흑인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간선거에서의 흑인의 표심이 다음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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